소설을 배우고 쓴다는 것은 나에게 단순한 글쓰기의 영역이 아니었다. 소설이란 놈은 고집이 세서, 내게 끊임없이 세상을 똑바로 보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을 소설가라고 소개하지 못한다. 소설가라는 이름이 가진 책임감과 무게가 버겁고, 과연 내가 그렇게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설을 놓으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만큼 소설이 내 인생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나는 애초에 천부적인 재능 같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아둔하지 않다고 여길 만큼의 머리만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끊임없이 쓰는 것뿐이었다. 끊임없는 글쓰기의 결과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읽는 이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소설로 탄생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