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께 배우는 게 아닙니다. 수학 공식을 푸는 방법을 배우듯 배워서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왜냐하면 논술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생각의 나무 한 그루를 마음에 심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면, 그 나무가 바로 여러분의 논술 선생님입니다.
대치동 밖 사람인 나 역시 '대치동에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늘 궁금했다.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을 대치동 안팎으로 구분짓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 것이 과연 있기는 있는 걸까. 이 책을 쓰기 위해 대치동에 사는 엄마들과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서만 접했던 강사들을 두루 인터뷰하면서, 나는 점차 '대치동의 보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녀교육에 목숨을 거는 치맛바람의 여왕, 명문대라면 지구 끝까지도 쫓아갈 듯한 열혈당원으로 알려진 대치동 엄마들의 왜곡된 그림은 대부분 수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보다는 돈을 더 밝히고, 거액을 좇아 명문대 합격이라는 당근을 흔들어대며 양심을 파는 사람들인 듯 알려진 유명 학원 원장들과 강사들에 대한 선입관도 대부분 수정되어야 한다.
그들은 진정한 교육 프로다. 대치동의 높은 입시 성공률은 그들 노력의 대가일 뿐 비난받거나 풍자의 대상이 아니다.
아이들이 '음식 만들기'를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또 잘만 활용하면 정서적인 면은 물론이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엄마 스스로 체험해보기를 바란다. 1주일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번만이라도 아이에게 부엌을 신나늘 학습 놀이터로 개방해보자.
내 수첩 한 귀퉁이에는 ‘기다리는 엄마’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요즘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기다림'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기다림이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정말 외로운 작업이고, 도를 닦는 듯한 인내가 따른다. 아이의 미숙한 행동을 보면 잔소리를 하고 싶고, 혼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를 앞에서 끌어당기고 뒤에서 엉덩이에 채찍질을 하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아이와 두 눈을 맞추고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가고 싶었다. 바로 '기다릴 줄 아는 엄마'가 되고 싶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관수와 연수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슴 깊이 느꼈던 것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한 떨림을 갖게 합니다. <아주 특별한 교육-요리놀이 29>가 첫째 아이였다면, <지혜로운 부모는 기다릴 줄 안다>는 저의 둘째 아이가 되겠지요.
10년 넘게 육아 교육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 감동받고, 가슴 깊이 간직했던 이야기들이 넘쳐흐르기 시작했을 무렵, 이제는 나 하나가 아닌 이 땅에 사는 엄마들에게 이 이야기를 풀어놓고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첫째와 둘째 아이가 태어나게 되었는데.....
제가 쓴 책을 읽고 공감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편으로 수줍기도 하고, 한편으로 가슴 한 구석이 멍멍해지도록 기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어깨가 경직될 만큼 긴장이 되기도 하고....그러네요.
아무쪼록 감사합니다.
이번 여름쯤에는 저의 세번째 아이가 출산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약간의 입덧을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용인(에서도 변두리 지역)에서 7년 가까이 사는 동안 안팎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저는 서울이 고향인 전형적인 도시 아이였거든요. 도시에서 성장하는 것과 자연과 보다 가까운 곳에서 성장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몸으로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두 아이를 이곳에서 키우면서 체험했던 이야기들이 언제부턴가 넘쳐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물을 쭉쭉 빨아올리는 건강한 여름 나무처럼, 그런 건강하고 푸르른 글이 탄생되기를 기원해봅니다.
.... <지혜로운 부모는 기다릴 줄 안다>를 쓴 김은실이 띄웁니다.
(2001년 5월 4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