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양털 조끼 갖고 싶어
눈 맞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오랫동안 눈만 왔네, 에취
눈 내리는 흰 벌판에
발자국만
타닥, 타다닥, 타닥
맨 어깨 위에
토닥, 토닥, 토다닥
눈이 내려앉아, 에취
갓 태어난 새끼 양의 콧등
막 첫눈 보고 갸우뚱
눈 속에서 빙빙 도는
이 흰 털들은 누구 거지?
초등학교 때 밖에서 놀다가도 우주 소년 아톰을 할 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삐죽 번개머리에 발바닥에 불을 뿜으며 날아가는 아톰은 제 영웅이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우주를 꿈꾸게 되었나 봅니다. 지구 밖의 너른 세상을 말이에요. (중략) 사람들은 일본에서 뛰어난 과학자가 많이 배출된 까닭이 어린 시절부터 로봇이 나오는 만화를 많이 접해서랍니다.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죠. 어린 아이들은 꿈을 꾸고, 어른이 되어 그걸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로켓과 로봇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지요. 과학과 인간, 꿈과 현실은 그렇게 만나게 됩니다. 아톰처럼 말이죠.
<춘향전>은 조선 영·정조 시대 작품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지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나 지금의 우리나 사랑의 마음은 다를 바 없지요.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고전이라고 부릅니다. 고전을 통해 우리는 사람살이의 이모저모를 배우게 됩니다. 춘향은 모진 고난에도 사랑을 지켜냈습니다.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이 윽박질러도 굴하지 않았지요. 그리하여 마침내 변 사또는 쫓겨나고 몽룡과 춘향의 사랑은 이루어지게 됩니다.
2008년 가을
김나정
우리는 백남준 선생님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과 만나게 된다. 남들이 하지 않은 짓을 하는 건 겁나는 일이다.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남들이 하는 일은 일을 그대로 하는 건 반복일 따름이다. 예술가의 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백남준 선생님은 예술가를 ‘보는 사람’이라 했다. 텔레비전(television)은 멀리 본다는 뜻을 가졌다. 눈을 번쩍 뜨고, 귀에 안테나를 달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듣지 못한 것을 잡아채는 사람이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을 때 더 멀리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더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검질기게 붙들었던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다. 그는 그 믿음을 영화로 만들었고,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 꿈을 이어 간다. 릴레이에서 바통을 이어받듯, 그 꿈을 넘겨받는다. (……) 흰 종이 위에 펼친 자유로운 날갯짓, 미야자키의 꿈이자 우리의 꿈이 아닐까. 생명에 대한 따사로운 마음이 우리를 함께 살게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