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찾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 있을까? 의미를 둘 수 없는 일을 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 이유를 잃어버린 행위를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이번 기획은 그런 고통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짓에서 비롯되었다. 벗어남을 향한 시도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유일한 기준은 언제나 그것이었고 그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디자인 비평과 실험, 다시 말해 디자인의 음미와 다른 가능성의 모색! 그것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디자인이라고 믿고 있는 디자인, 그들이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디자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디자인의 눈을 비틀어 자신을 바라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디자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사고하고 성찰하도록 강제하는 실천이다. 메타디자인은 그런 실천의 이름이다.
우리의 여행길에는 메타 디자인이라는 화두가 함께 한다. 메타 디자인은 구체적인 디자인 현상들을 발현시키는 이데올로기적 명령들을 디자인의 언어인 조형으로 비평하고 점검하는 움직임이다. 조형은 디자이너에게 익숙한 언어로, 글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식의 빈 영역을 찾아 스며든다. 메타의 움직임은 마찰력을 상실한 이데올로기적 표면을 거칠게 한다. 메타 디자인은 물음을 통해, 반성 없이 진행되는 관성적 움직임을 가로막는다. 그렇다면 메타 디자인은 비평의 언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