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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숙희

최근작
2023년 5월 <해빙>

해빙

모서리가 둥근 삼각형 곳간의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글들이 고개를 들고 나와 눈맞춤을 한다.몸을 통과하여 나온 글이야말로 아름다운 수필이 될 것이란 생각에 20여 년 전 문단 말석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신이 내린 축복인 동시에 형벌이었다. 써도 아프고, 쓰지 않아도 아픈 것이 글쓰기였다. 글이 가끔은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줄기 빛이 들지 않는 곳간에서 긴 시간을 보낸 글들을 끄집어 내놓고 보니 사유가 얕고 영글지 못했다. 어느 작가가 내게 글집 짓는데 왜 그렇게 소홀하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다른 작가가 몇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는 세월, 이제야 첫 수필집이다. 내 삶은 가정생활과 신앙생활, 그리고 문학 활동으로 이루어진 삼각구도였다. 다행히 힘겨운 짐들의 무게에 모서리가 닳고 닳아 이제 잘 굴러가는 둥근 삼각형이 되었다. 한 면에 서서 되돌아보면 후회스럽고 아쉬운 일도 많지만, 또 다른 면에 서서보면 나름대로 보람 있었던 일들도 많다. 그 삼각구도의 면면마다 주어진 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었다. 이젠 그것들이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분리할 수 없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 속에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한계 밖이어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게으른 농부가 석양에 바쁘다는 옛말이 있다. 내 삶의 반성문이기도 한 낡은 수필들을 막상 꺼내 놓고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문학 활동을 늘 이해하고 격려해준 가족들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힘이다. 그리고 나의 호각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 주는 형제들이 있어 행복하다. 서로 손을 맞잡고 발맞추어 동행할 글벗들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수필의 길로 인도해주신 홍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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