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앞 하천에는 해마다 봄만 되면
흰뺨검둥오리 어미가 새끼들을 줄줄이 달고 내천 곳곳을 누빕니다.
아기 오리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행여나 엄마와 멀리 떨어지게 될까 봐
수풀이나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한 눈이 팔렸다가도
냅다 물 위를 달려 엄마 꼬리 뒤로 바짝 붙습니다.
저는 엄마 오리 없인 살아갈 수 없는 아기 오리들의 모습을 보며
엄마 오리가 가지고 있을 무게와 부담, 그리고 걱정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무럭무럭 자라나서 결국엔 푸드덕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어른이 된 아기 오리들을 보며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아기 오리들을 믿어주자! 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가들. 물론 걱정이 되고 매사에 조마조마하지만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과 튼튼한 마음! 그것을 믿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요.
세상의 모든 아기 오리, 엄마 오리 여러분.
어딘가 늘 부족하고 조급한 우리지만
이 책을 함께 읽은 오늘만큼은 이유를 들 필요 없이
서로 ‘넌 참 소중해. 잘하고 있어. 사랑한다.’라고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 4년간 국제 아동 NGO에서 근무하며 세계시민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은 어린이들이 글로벌 연대 관점에서 지구마을의 여러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역할 의식과 책임 의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입니다. 이를 위해 세계시민교육은 어린이로 하여금 자신의 시야를 ‘나’로부터 ‘너’로, 더 나아가 ‘우리’로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의 첫 번째 그림책 <금쪽같은 우리 오리>는 이 중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나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이들을 나 스스로를 대하듯 존중할 수 있다는 가치를 담았습니다.
두 번째 그림책인 <진짜 진짜 멋진 친구>에는 ‘나’에게서 ‘너’로,공존의 장을 확장하는 가치를 담았습니다. 나와는 다른 타인에게 존중과 공감, 연대의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주제의식입니다. 어린이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주도적인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재미있고 귀여운 그림책<진짜 진짜 멋진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자전적인 이야기도 들어있는 그림책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 여러분도 ‘나는 다른 이에게 어떤 친구일까?’를 질문해 볼 수 있는 즐거운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