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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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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길 위에서 오롯이>

그렇게 오롯이

삶의 나이는 갑자를 돌았건만 詩는 아직 어리다 익지 않은 떫은 감을 내놓고 베어 물게 한 것 같아 부끄럽다 혼자 남은 후 고독이 추워 슬픈 옷을 두껍게 껴입고 온기 없는 방바닥에 식은 눈물 덜어내며 취람색 위로를 안고 詩에게 고자질하며 심연을 건넜다 비 흩뿌린 고샅을 휘감고 도는 능소화처럼 긴 목을 빼고 오랫동안 문학의 언저리를 돌다 생의 텃밭에서 호미로 캐낸 詩가 작은 위로라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3년 10월

길 위에서 오롯이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 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 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푸른 잎들 돋고 새들 노래하던 뜰에 오색향기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 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어느 가수가 부른 ‘길 위에서’라는 가사는 나의 서문을 붙들기에 망설임이 없다. 사람이 100년을 살아간다면 인생의 3분의 2를 살아온 길 지점에 서서 잠시 덧없는 세월, 그대 눈처럼 내게 스며들었다고, 저 눈발 속에 그리움 하나 세워두고 바라본다. 저 빗속에 추억 하나 걸어두고 씻겨본다. 바람은 사각거리는 구겨진 종잇장 위로 황혼의 파편을 실어낸다. 길 자국마다 모든 날이 돌아보면 가슴 뛰는 정점이었다. 가슴 아픈 애잔함과 슬픔, 고통, 행복, 감사, 축복, 희망……. 그때는 내 팔이 길어 이 사유를 다 안을 수 있었다. 그러니 많이 힘들고 지친 고단함에 관절은 닳고 눈에는 도수만 높여 갔다. 세월은 이제 팔도 짧아지게 하고 키도 작게, 몸도 낮추라 한다. 무겁게 안은 것을 내려놓으라 한다. 가벼이 빛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글 속 추억과 마주하고 인생 길 위에서 오롯이 나누며 아름다웠다고 말하라 한다. 2024년 10월 김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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