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 현대소설이 지난 50년 동안 어떻게 여성을 상상해왔는지에 관한 책이다. 그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과의 긴장에 찬 교섭 과정이었으며 때로는 사회의 전형적 여성상에 잊을 수 없는 문학적 기념비를 세워주기도 했고, 때로는 여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통념과 대결하면서 새로운 여성상을 주조하고 다가올 미래를 선취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대 한국 여성의 삶과 마음, 운명이 걸어온 역사에 관한 책이다. 소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이 책에 실린 여자 주인공들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흔한 이름과 독특한 이름이 섞여 있다. 이경, 수연, 이화, 희원, 희재, 진희, 석화, 지연……. 장마다 일부러 여자 주인공을 힘주어 호명하는 듯 그 이름을 눌러썼다. 여러 이름을 가진 복수의 인물이지만 이 책을 다 쓰고 난 내게는 마치 단 하나의 여자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여자는 이 책을 쓴 나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을 여성 독자들이기도 하고, 남성 독자들에게는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녀이기도 할 것이다.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는 것에는 공모와 저항 사이, 그 문제적 여성 인물들을 통해 여성소설사를 재구하겠다는 나의 큰 욕심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