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허영화

최근작
2023년 12월 <너와 맞닿은 입술은>

너와 맞닿은 입술은

분수에 맞게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왔던 삶에서 좋아하는 것이 정말 없었을까? 아니다. 나를 움 틔운 것은 분명 있었다. 다만, 부끄러웠다. 그 시절 내 앞에 좋아하는 마음들은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데 “나 이거 진짜 좋아해!”라고 힘주어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어색한 웃음으로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그 순간을 도망 나왔다. 그러다 목청이 아프게 닳도록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행복한 순간 때문에 그리워하는 생각마저 시들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느라 먼지처럼 가볍고 가난한 취향을 가진 사람, 나는 애 셋 키우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하게 안아주는 대신, 채찍질만 하는 나 자신에게 미안한 인생이었다. 나를 감추려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 예!” 인간적인 노력을 하느라 예의를 갖추었다. 내가 잘못한 것으로 여기려 했던, 모든 표현이 어리숙했던 것이다. 다행히 식구가 없는 빈집에서 나는 어렵지 않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아무 때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혼자 뭘 하는지, 쓸쓸하지는 않은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꺼리는 나를 언제나 다치지 않게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지금에서야 그런 적 없는, 그런 것처럼 행동했던 오해를 그만 미안해하려고 한다. 언제나 한결같이 반짝이는 착한 감성으로 생각하고, 가난했던 지난 기억들을 모아서 비밀수첩에 그림을 그리듯 다양하게 옮겨 써 보았다. 적다 만 미완결 상태의 인생 숙제로 남겨두고 싶지 않은 책이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겹겹이 쌓인 이야기 사이에 숨어 있는 옛 기억들을 더듬어 하나씩 발견해 주신 박희주 회장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훌쩍 가버리는 생활에 쫓겨 하루가 바쁘게 느껴진다. 이 길을 찾아 글을 쓰고 있는 엄마를 온 마음 다해 장미꽃같이 바라봐 주는 아이들을 팔 벌려 안아주고 싶다. 남아 있는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애정 어린 충고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수고를 해주신 청어출판사 사장님과 직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2023년 12월

서로가 가던 길에서

봄을 생각할 때만 잠깐 웃고, 여름에서 가을과 겨울을 바라보고 있다. 걸어 다니며 보이는 날씨와 계절이 감지되고 어디선가 아파하면서 모진 말이 소리가 되어 들린다. 고개 숙여 관심받지 못했던, 처음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소리 없는 말이 오가는 것을, 끊임없이 화내지 않고 말하는 법을 알기라도 하듯이.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평온한 봄부터 쓰기 시작한 글에는 뼈까지 시린 겨울철 과거에 나도 그대로 기록되었다. 소중한 뜰 여기에는 나 나름의 문장으로 써 보았다. 배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다. 닮고 싶은 사람의 책, 궁금한 분야 강의 관련 책 등을 찾아 읽었다. 하나같이 잘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긍정적인 마음만 가지면 성장하고 성공한다고. 성공담을 나열하는 책을 읽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무엇보다 그때의 나처럼, 누군가의 간절한 조언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나는 영화나 음악 미술도 좋아하지만 나다운 책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고 감동을 느끼는 편이다. 대화가 오갔던 자리로 돌아가 행복해하며 평온히 지낸 다치지 않은 특별한 기억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삶은 가을을 향해 익어가고, 아무 말 없이 낙엽이 흩날리는 10월 마지막 날이다. 지금에서야 온 마음으로 소홀했던 후회하는 그때를 떠 올리며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이젠 되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 되었지만, 가파른 한 계단 오르기도 버겁던 목표한 산을 묵묵히 오르는 마음이다. 2023년 12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