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판스핑이 한국독자들에게 〉
이 책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첫 임기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대만과 중국, 대만과 미국, 중국과 미국의 3각 관계를 분석한 것이며, 일부 이슈는
한반도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 기간에 3국 관계에서 벌어진 주요한 사건들은
아래와 같다.
우선,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과 시진핑(習近
平) 중국 국가주석이 1949년 양안(兩岸)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실시하였
다. 당시 시 주석은 이듬해 1월 16일에 있을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는 천수이벤 이후 8년만에 민진당이 재집권하는 것으로서 시
진핑의 대만 업무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당시 시진핑의 권력은 아직 공
고하지 않았고, 당내 원로들의 비판을 우려하여 시진핑은 ‘마시회(馬習會)’를 통해
이를 만회하고자 한 것이다.
둘째, 마잉주의 임기 8년 동안 양안 관계가 밀접하게 발전했지만 유권자들의 지
지를 받지 못하였고, 2016년 총통선거에서는 차이잉원의 양안 정책이 오히려 대중
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선거 전날(1월 15일) 발생한 ‘쯔위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
을 했다. 이 선거로 민진당이 처음으로 입법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외교와
양안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였다.
셋째, 2016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가 1979년에 대만과 단교한
이래 처음으로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중국의 불만을 야기했다. 시 주석은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인사를 대폭 교체하였고, 2017년부터 대만에 강경한 태
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특히 외교적 압박을 지속하고, 군용기와 함정의 무력시위를
확대하면서 양안의 대립이 첨예해졌다. 사실 차이 총통이 2016년 5월 20일 취임한
후부터 트럼프와 통화를 하기 전까지 중국은 대만에 대해 상당히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갑작스럽게 노선을 변경하였고, 이는 중국 고위층이 차이잉원 정
부와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넷째, 2017년 1월 취임한 트럼프는 초기에는 시진핑이 김정은과의 관계를 중재
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미중 관계가 안정적이었지만 2018년 6월 12일 트럼
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이후 중국의 중요도가 감소하면서 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무역전’과 ‘과학기술전’으로 압박
을 가해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으며, 반대로 대만과 미국 관계가 크게 개선
되면서 양안 관계는 더욱 나빠졌고, 2018년에 대만과 수교관계였던 3개국이 대만
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다섯째, 2018년 11월 24일 실시된 현시(縣市)장 선거에서 민진당이 대패하고 국
민당이 압승하자 차이잉원은 당 주석에서 물러나야 했고, 당내에서는 차이의 연임
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에 발생한 4가지 사건으로
2020년 총통선거에서 차이는 대만 역사상 가장 많은 817만 표를 얻어 재선에 성공
했을 뿐 아니라 민진당이 입법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시 주석의 대만업무는
다시 좌절을 겪었다. 4가지 사건은 1월 시진핑의 ‘일국양제(一國兩制) 대만방안’ 발
표, 3월부터 연말까지 홍콩의 송환법(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9월 중국의 대만
수교국 2개 탈취, 11월 ‘왕리창(王立强) 간첩 사건’이다.
차이잉원은 첫 임기 동안 국제정세와 양안정세를 십분 활용하여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 거기에는 차이의 신중한 성격, 미국과 영국 유학을 통해 습득
된 국제관, 박사학위와 대학교수로서 이론적 바탕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차이는
과거 정부 대표로 국제무역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특히 리덩후이 총통 시기에는
국가안전회의 자문위원으로 외교와 양안 업무에 대한 경험을 축적했다. 이후 천수
이볜 총통 시기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으로 중국 업무를 지휘하고, 행정원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다양한 위기관리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 친구들이 대만 정치와 미국?중국?대만 3각 관계
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