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날씩 시간이 어서 가서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죽음이 가까이 와 있으면
집착도 욕구도 없어질 터
설령, 털썩 주저않을 일이 벌어져도
복장 두어 번 치고 큰숨 한번 내쉬고 나면 그뿐이겠지
만사가 귀찮은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후줄근한 입성에 궁상스런 몰골이라도
하늘을 이고 살고 싶다
낮에는 비탈밭에 푸성귀를 심고
밤에는 가마니를 구들삼아
노루새끼와 말동무를 할지언정
이승에서 살고 싶다
이제는 두 날이 하루에 갔으면 좋겠다
읽을 책은 너무 많고
내게 남은 시간은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