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는 고백은 파블로 네루다 시인만의 고백은 아닌가 봅니다. 산골에서 살아가는 제게도 시가 왔으니까요.
도시에서의 삶이 지쳐갈 무렵, 고향이자 산골마을로 들어온 지 십이 년이 지났습니다. 농부가 되겠다고 했지만 언제나 농사는 어렵기만 했습니다. 답답할 때면 산골의 풍경을 보았고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 일상을 쓰듯 카카오스토리에 단상을 남겼습니다. 제가 본 풍경들과 함께.
귀농이라는 거창한 말 뒤에 생활고라는 현실이 있었기에 농사일 외에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여름철이면 물놀이안전관리요원, 봄철이면 산불감시원 등을 했습니다. 덕분에 제 고향의 산하를 참 많이 볼 수 있었고 그것이 때때로 제겐 위로가 되었으며 시가 되어 제 가슴을 적셨습니다.
그렇게 끄적였던 글들을 보고서 많은 분들께서 제게 덕담을 주셨습니다. 시인이시냐고 묻기도 했고 시집 언제 내냐고도 하셨습니다. 제게는 당치도 않는 덕담이지만 이번에 감히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여전히 산골에서 살고 있는 농부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산과 강을 보고 꽃을 사진에 담고 달과 별을 노래할 것입니다. 이 시집은 여러분들의 덕분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십여 년째 같이 하고 있는 독서모임인 ‘책바구니’ 회원들의 무한 다그침의 힘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는 울산에 계시는 이기철 시인님의 격려가 아주 컸습니다. 시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는 이원규 시인님의 가르침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산골에서 사느라 마음고생 많았던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4년 5월 산골마을 골짝에서
산골 농부 기복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