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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심윤경이 돌아왔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기를 마치고. 다시 독자들을 찾은 그가 준비한 것은 뜻밖에도 세 권의 동화책이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아이들. 엉뚱하고 언제나 제멋대로지만, 그 통통 튀는 매력 앞에 어른들을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시리즈의 첫 세 편(<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 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에서는 학교와 집, 떡볶이 가게를 안 가리고 온갖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귀염둥이 은지가, 2012년 초 출간될 세 편의 동화에서는 은지를 짝사랑하는 호찬이가 주인공으로 활약할 예정. 시리즈 출간을 앞둔 2011년 10월 6일, 동화작가로 변신한 심윤경 씨를 사직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매력덩어리 은지와 호찬이는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데뷔 10년을 맞은 소감, 올해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의 엄마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 심윤경 작가의 신작을 고대했던 독자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새로운 소설의 출간 예정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사진 : 사계절출판사 정미은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알라딘 이승혜)
<서라벌 사람들> 이후 3년 만의 신작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오셨습니다. 그간의 근황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2008년에 <서라벌 사람들>을 썼는데, 그 이후로 아주 긴 정체기가 왔어요. 개인적인 정체성의 위기이기도 했고.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생각할만큼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 정체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화를 쓰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동화를 쓰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것이 흔들리는 시기이니까 모색해보는 기회로 삼아보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뚜렷한 게 없으니까. 그러면서 마침 유아에서 어린이로 접어든 제 아이에게도 이야깃거리가 좀 더 풍성해졌죠. 아이와 아이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것들을 조금씩 모아서 썼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즐거웠고 여기 몰랐던 나의 적성이 하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저한테는 굉장히 고마웠던 작품, 힘든 시간을 같이 해준 작품이에요. 이제는 앞으로 어떤 힘든 시간이 돌아와도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기까지 동화가 참 많이 도와줬습니다. " 소설가로 데뷔를 하시고, 또 한번 동화작가로 두 번째 데뷔를 앞 두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아주 친밀하게 지내는 한 그룹의 사람들이 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났기 때문에 사는 지역도 떨어져 있고 성별도 나이도 또 조금씩은 다 흩어져 있는, 아이 또래 친구들이에요. 지방에 사는 친구, 남자아이들, 공부를 잘 하는 아이, 못 하는 아이, 이렇게 성격도 제각각이고. 누구나 자기 주변을 기준으로 살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는데, 좀 더 넓은 범위 안에서 아이들을 보게 된 거죠. 아 세상에 아이들이 이렇게 다양한데, 이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 코드를 저는 '웃음'으로 잡았어요. 웃음. 아이들은 웃는 존재들인데 지금까지 이제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접했던 바로는 한국 아동문학에서 그 코드는 잘 짚어지지 않은 부분인 것 같았고요. 또 사회적인 책임감, 정의감각, 도덕, 그런 부분을 다루는 데 충실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한국동화라는 것에 대해서 약간은 부담감 같은 것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는 아이들도 느끼잖아요. 아이들은 많은 걸 받아들이는 존재들이지만, 무언가 목적성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되니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희는 충분히 아름답고 재미있고 너희의 생활 자체가 굉장히 가치 있는 거다, 너희의 감정과 생활, 이것이 정말 좋은 소재가 되고, 가치 있다라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동화의 독자일 때 그리고 동화를 쓰는 시작한 이후, 두 시기에 느꼈던 동화의 매력에 혹시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먼저 동화 작가로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입장에서 언제나,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이전에는 피상적으로 보던 것들을 글쓰기를 통해 주의 깊게 보고, 또 새로운 의미를 캐나가는 것이 보석찾기를 하는 것처럼 굉장히 기쁘거든요. 아이의 경우에도 내가 키우는, 내게 많은 일거리를 안겨주는 그런 존재이기만 할 때보다, 글의 소재로 삼으니까 또 아이가 다른 눈으로 보이더라구요.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럴 때 욱 하고 또 저럴 때 욱 하는 순간이 많은데요. (웃음)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아이의 동네 친구들, 또 아이들 일이 어른들 일이 되어서 저도 휘말려 들어가고 그런 일이 생기는데, 많은 것이 객관화가 되고 많이 용서가 되고 '웃기면 용서한다. 나는 웃기면 용서하겠다'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저에게 웃음으로 접근하겠다는 기본 방향이 있으니까. 나는 얘 때문에 내가 진짜 미쳐 죽을 것 같은데,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남들이 날보면 참 웃기겠다, 나는 죽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면서 피식하고 쌓였던 게 가라앉고 웃으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로서 아 이 상황에는 이 아이의 자람과 개성이 녹아져 있구나라는 게 보이면서 더 좀 덜 감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아직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를 읽기 전인 독자분들께 미리 간단한 작품 소개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있으시다면 같이 들려주세요. "이 은지와 호찬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아주 평범한 초등학생들이에요. 작품 속에서는 아직 1학년이구요. 학교를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학교란 무엇일까라고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요. 그건 사실 부모쪽이 더 크기도 하죠.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아이들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그 첫 마음이 저에게도 굉장히 컸는데, 부담감이랄까 불안감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좀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간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거고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이다, 학교에서 너희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구요. (책을 읽게 될) 아이들에게 제가 바라는 건 정말 한가지 밖에 없어요. 보고 즐거우면 돼요. 정말 엄마 나는 이 책을 읽어서 너무 즐거웠어라는 반응?. 이게 벌써 끝나서 아쉬워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면 좋겠고요. 또 하나 특별히 더 바랬던 건요. 일반화이기는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그래도 책을 많이 가까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책읽기에 쉽게 흥미를 못 붙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 동화가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더군다나 글밥과 부피가 꽤 되는 그런 책에 좀 약간 겁을 먹는 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쉽게 편안하게, 아 글씨만 있어도 재미있네 즐거웠어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지독한 편식쟁인 은지는 흰 우유, 과일, 시금치, 김치, 나물 등 안 먹는 게 너무 많다. 은지를 놀려먹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개구쟁이 호찬이는 은지가 ‘골고루 먹는 어린이 스티커’를 한 장도 못 받은 걸 가지고 놀려댄다. 이런 은지에게 이모는 우유 한 잔을 쿨하게 마셔 보라고 부추긴다. 우유를 마시니 배 속이 꾸륵꾸륵 요동을 친다. 은지는 배 속에 수백 마리의 개구리들이 들어앉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배 속 개구리들 때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은지. 호찬이의 놀림에 그나마 남은 힘으로 호찬이 얼굴에 개구리 방귀 폭탄을 발사하는데...
"여태 장조림만 먹었으니까 이제 다른 반찬도 좀 먹어야지!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크지!"
엄마가 물을 가져와서 김치를 헹구어주었다. "자, 우리 은지도 김치 잘 먹을 수 있지? 이제 물에 헹궜으니까 안 매워. 먹어 봐!" "싫어! 너무 커! 작게 해 줘!" 엄마는 김치를 조금 잘라 주었다. "아직 여기 고춧가루 묻어 있잖아!" 엄마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였다. "자, 다시 한 번 씻었다. 얼른 먹어." "싫어! 김치 씻은 물이 밥에 묻었잖아. 밥이 더러워졌어. 나 이 밥 안 먹어!" 나는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 놓았다.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 - <개구리 폭탄 대결투> 본문 중에서 편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개구리 폭탄 대결투> 서문에서, 아직도 시금치랑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백을 하셨어요! (웃음) 아이들 편식 문제로 고생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은 건데,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도 순순히 먹게 만드는 비결을 알고 계시나요? "전혀 없어요. (웃음) 저희 딸이야말로 정말 특이한 입맛의 소유자라서 밥먹이기가 아주 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요. 먹는 것만 주면 아주 편하게도 먹이지만, 좀 색다른 걸 시도하려고 하면... 환경이라는 것이 항상 아이들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될 수 없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아주 큰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렇지만 저도 어릴 때 편식이 심했던 1인으로서 그 심정도 너무 이해가 가요. 아직도 기억나거든요. 너무 싫은데, 싫어 죽겠는데 어른들은 이 맛있는 걸 쯧쯔 하고... 기억나는 게 한 초등학교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저는 회가 그렇게 싫었어요. 그때는 회가 그렇게 흔한 음식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른들이 너무 맛있다고 하고. 한입만 먹으라고 하는데 저는 정말 죽을 것 같은 거예요.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그때 어른들이 그 좋은 음식을 저에게 먹이고 싶었던 마음 그게 이제야 이해가 가지만. 아직까지 강렬한 그 죽을 것 같았던 (웃음) 기분이 또렷하게 남아 있거든요. 저는 제 딸에게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한번만 해보자, 이걸로 끼니를 다 채우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골고루 먹으라고는 안 하는데 한번만 해보자 그러면 그중에 정말 몰랐던 맛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한입은 해보자 우리 예의상. 그게 저와 저의 딸의 타협점이에요, 한 입!'"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은지는 시시하고 당연한 이야기는 싫어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주장을 굽힐 줄 모르는 아이다. 그러한 은지가 일기장에 엄마에게 억울하게 혼난 이야기를 잔뜩 써 놨다. 그걸 본 엄마는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도 억울하다 한다. 엄마와 딸이 대치 국면에 들어서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못하자 엄마가 깜짝 놀랄 새로운 제안을 한다. '화해하기 보고서'를 써 보자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써 보면화해할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은지는 잠깐 엄마의 의도를 의심해 보지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엄마와 딸은 초저녁부터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떠올려보기로 하는데... "이제 그냥 화해하면 안 될까, 엄마?" <화해하기 보고서>에 등장하는 보고서 쓰면서 엄마랑 화해하기, 대단히 독특한 발상인데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실제 경험이 책으로 들어간 건지 궁금했어요. "하하 그 준비물 사러 시장으로 두 번 뛰었던 엄마가 바로 접니다! (웃음) 두 번 뛰었는데, 그때 우리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은 아니었고 더 어렸어요. 어린이집 다닐 때였어요. 그런데 아이니까 애기니까, 전달을 했는데 이제 저한테 떠듬떠듬 전달을 했는지. 그때 또 저는 마음이 급해서 화분만 들렸던 거예요. 그게 '야채 모종'이었어야 하는데 '야채'는 짤리고, 이제 '내일까지'랑 '화분'이라는 것만 입력하고 시장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딸이 '이거 아니고!!!!!!' (웃음) 그래서 그 밤을 험난하게, 피차 험난하게 보내고... 그런데 우리딸이 굉장히 고집이 세거든요. 끝까지 주장을 하더라구요. '엄마도 잘못을 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저는 이제 두 번 뛴 생각 밖에 안 나구요. (웃음) 너무 힘든 생각밖에 안 나고 막 분하고 괘씸하고 나에게는 너무나 화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우리딸은 정말 한 군데만 딱, 왜 한놈만 친다 그러잖아요 하나만 주장하는 거예요. '나는 다 말했다, 엄마가 못 들은 거다', 그런데 그걸 인정하기가 싫은 거예요. 나는 화나고 너무 고생했어,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너 때문에 니가 일찍 말하지 뭐 그런 여러가지 핑계들이 생각이 나는데, 아주 깊은 밤이 되어서야 받아들여졌어요. 딸 말도 일리가 있구나, 내 실수도 있는데 아이라는 이유로, 나는 어른이 아이를 야단치는 형식을 취하고 싶은 거였구나 얘는 아주 억울하겠구나.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아주 힘들게 받아들여지더라구요. 근데 그런 경험이 저에게만 있는 건 아닐 것 같고요. 아이의 억울함이라는 게 가만 생각해보니까 제 어린 시절에서도 떠오르더라구요. 왜 엄마는 나의 억울함을 인정 안 해주지?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다는 아닌데. 고것만, 그래 그거는 엄마가 잘못했다라고 해준다면 내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은데. 그 날 있었던 일을 하나의 둥그런 덩어리가 아니라, 이걸 잘게 잘라서 이건 니 잘못, 요건 내 잘못 이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대충 이 정도만 해도 부분부분에 대해서 한번씩 짚으면은 적어도 받아들이기가 서로 훨씬 쉽고 덜하다나는 걸 어느날 이렇게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런 다툼을 이렇게 좀 더 나눠서 정리된 형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거고요." 다른 엄마들도 화해하기 팁으로 많이 활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우리 둘의 (화해) 기술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주인공 은지 아빠 직업이 교도관인데요, 교도관 아빠를 둔 아이가 나오는 동화는 처음 읽어봤어요. 은지 엄마가 다니는 백화점도 동화 속에서 부모님의 직장으로 흔히 등장하는 장소는 아니구요.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동네가 그래요. 아파트촌이 반이라면 개인 주택촌이 반이고, 또 직업들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더라고요. 이 동화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그 무렵에 제 친구 하나가 7급 교정직 공무원에 합격을 했다고 한턱 낸다고 하는데 아 맞어, 아 이것도 하면서 기억을 해뒀었고요. 제가 사직동에서 나고 자랐는데 저 어릴 때만 해도 근처에 서대문 형무소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교도관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어쩌다 가족 직업을 이야기하게 되면 늘 아빠가 공무원이라고만 얘기를 해요. 더 캐묻지도 않는데. 그리고 어느날 아주 오래 알고 지낸 다음에서야 그 친구가 실은 우리 아빠는 교도관이라 형무소에서 일을 하신다고 얘길 해줬죠. 흔치 않은, 인상 깊은 기억이었고요. 그 두 가지가 생각이 나면서, 아빠들이 보통 집안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한방'이 있는, 엄할 때는 굉장히 엄하고 편안할 때는 굉장히 편안하고. 엄마가 무서운 것과는 다르게 한번 무서우면 아예 급이 다른. 그런 이미지를 굉장히 잘 나타낼 수 있는 직업이 교도관인 것 같았어요. 아빠는 벌 주는 거 하나는 확실하다, 뭐 그런. 그리고 백화점에 다니는 엄마는... 여자아이니까 예쁘고 화려한 거에 자연히 관심이 많을 수 있잖아요? 서민적인 직업이지만 아이가 굉장히 동경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그런 약간의 비틀림이 있는 직업들인데, 엄마는 그렇게 화려한 곳에서 서비스업을 하면서도 아빠랑 싸우면 늘 이겨. 그런 엄마가 더 쎄. 알고 보면 교도관인 아빠보다 우리 엄마가 훨씬 더 쎄더라, 아이에게 그런 신기한 느낌 그런 게 굉장히 매력 있게 느껴졌어요. 그런 가족 구성이." 가족 얘기 하시니까, 은지네 이모 얘기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한 집에 살다보니까 은지가 이모랑 굉장히 친밀한 사이잖아요. 이모는 항상 무조건 은지 편을 들어주니까요. 집에서는 구박 받지만 귀여운 구석도 있고, 은지한테는 위대한 위치에 있는 이런 이모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어요. "은지네 가족은 기본적으로 대가족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은지 아빠 엄마 동생. 그렇게 살려면 아파트라는 공간은 가능하지 않죠. 주택이어야 하고, 이모라는 존재는 그러니까 저희 어릴 때도 그랬지만 정말 1년 365일 센터 같은 존재죠. 이모만 오면 너무 좋고, 이모는 언제나 내 편이고 자기 아이들보다 나를 더 예뻐하고 엄마를 야단치는 일을 이모는 감싸주고. 이 동화 속에 나오는 이모는 상당히 철부지 이모예요. 집에선 구박 덩어리(웃음). 취직도 안해, 결혼도 안해, 돈도 허황되게 써. 아 이런 철부지야 하지만, 이 조카에게만은 절대적인! 너와 나는 한팀, 운명공동체, 우리는 무슨 사고도 서로 다 덮어준다라고하면서 똘똘 뭉치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지원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로. 이모의 캐릭터도 굉장히 아이 같죠. 덜 자란 어른인데, 은지는 자기한테 참 언제나 그 자체로 선물덩어리 같은 그런 이모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우리 이모, 아니 이모부까지. 이모와 이모부는 저에게 한 가족이에요. 부모님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계시는. 그분들이 저와 제 오빠에게 우리 남매에게 정말 전폭적으로 퍼부어주신 사랑과 지지는 이루 말로 다 못하죠. 집집마다 이모든 고모든 삼촌이든 그렇게 퍼부어주시는, 부모의 사랑과는 또다른 그런 게 있더라구요. 그런 느낌을 한번 살려보고 싶었어요." 정규태나 호찬이, 은지, 또 민우 같은. 어린 시절 친구 중 동화 속 캐릭터의 모델이 된 사람도 혹시 있나요? "이 동화에 나오는 친구들은 저의 어린 시절에서 초대한 친구들이 아니라, 제 딸의 주변에서 찾은 아이들이에요. 강은지라고 하는 이름은 제 딸의 같은 반 친구 이름이었는데요. 이름이 하도 예뻐서, 은지라는 이름을 쓰게 됐어요. 동화 속 은지하고는 전혀 달라요. 하지만 이름이 예뻐서 가져온 거구요, 이 동화 속에 나오는 친구들, 호찬이 은지는 양쪽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인데 둘 다 제가 설정하기로는 아주 평범한 아이들, 조금 엉뚱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이었어요. 아주 평범한 보통 아이들, 그리고 김지수나 이민우 같은 아이들은 상당히 흔한 캐릭터죠, 어디에나 있는. 착하고 공부 열심히하고 뭐 선생님한테 무난한 성격들, 편안한 성격들? 그리고 이제 규태 캐릭터가 제가 돌아다니다가 본. 요새 아이들이 여러가지 교육을 받고 어른들한테 이제 자기 PR하는 시기가 일찍 발달하다 보니까 굉장히 제 눈에는 특이하게 보이는 친구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저는 이런 것도 할 줄 알고요'하는 말. 옛날 같은 경우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저는 공부를 잘해요' 그랬는데 요새는 그게 아니라 저는 '창의력이 뛰어나요'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더라구요. 아 요새는 자기 PR 종목도 바뀌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조금은 서글펐어요. 순수함 이상의 창의력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순수함이 최고의 창의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창의력이 본질이 아닌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은 아 참 똑똑하다 너는 창의력이 참 뛰어나구나 하고 말은 하면서도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어린아이의 정말 아름다운 본질은 조금 잃어버렸다는. 또래 친구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약간의 씁쓸함... (웃음) 또래 친구들은 아 또 시작이셔 잘났어라고 말은 차마 못하겠지만 그래도 씁쓸해하는. 오히려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한 바 없는 다른 아이들에게 오히려 훨씬 더 창의력이 살아있고, 자연의 야성미가 살아있는 그런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가공되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자연스러움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규태라고 하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언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돌볼게요, 제가 했어야 했었는데, 저는 다 알고 있었는데, 아, 안타까워요, 정말, 제 친구들은 왜 이렇게 어린 걸까요, 제가 잘 볼봐줄게요, 저는 이런 경우에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퐈야퐈야...' (웃음) '대화를 한답니다'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잘 하는 표현이 아니거든요. '저는 ... 한답니다'라는 말을 언제 어쩌다가 한번은 할수도 있겠지만, 만병통치약 같이 아이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어 저것은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어쩌다 들었는데 그 표현이 재미있어서. (웃음)" 그런 의미에서 은지는 굉장히 창의력 있는 아이가 아닐 수 없는데, <반짝 구두 대소동>에서 난데없이 강아지를 하겠다고 나서서 얼마나 웃었는지. 이 책 서문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선택하는 은지를 칭찬하고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강조하셨던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은 뭔지, 좋아하는 것 또는 최대의 관심사라고 할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최고의 창의성은 순수함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따라갈 수 있는 아이의 더 좋은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무엇을 봐도 그것만큼 아름답지가 않아요. 그래서 은지와 호찬이, 이제 호찬이는 이번에 나온 세 권의 책에서 아직까진 주인공이 아닙니다만, 호찬이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이야기가 나올텐데, 은지와 호찬이는 그 자연스러움이 살아있고, 야성미라고 해야 할까, 설득되지 않는 아이들이에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정말 진짤까? 하고 한번 의심하는 아이들. 저는 그 정신이 참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남들은 모두 대사가 많은 주인공이 제일로 좋은거야라고 하지만, 얘는 아 그게 힘들텐데... 대사가 많으면. (웃음) 하는 거죠. 그건 굉장히 힘든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다른 거야, 하고 자기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본능적으로 잘 분별하는 아이. 남들이 좋다좋다 하는 거에 결국 휩쓸려 가는 사람들이 다수인데,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지키면은, 지키면서 자라면은 그게 꼭 공부에 도움되는 방향은 아닐 수 있겠지만 정말로 매력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공부 잘하는 건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차별성이 되지 못하고, 점점 더 매력으로 사람에게 강하고 명료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세상이 점점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어떤 개성,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이 정말 우리 아래 세대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을 저는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요새 푹 빠져 있는 일이라고 하면은, 그게 저의 주제이기도 한 것 같네요. 세상에서 좋다고 말하는 것과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구별해 보는 중인 것 같아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예를 들자면 제가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요. 그걸 깨닫기까지 무려 40년이 흐른 것 같아요. 여행을 저도 좋아하죠, 가면 좋은데 그것이 저의 본질적인 욕구, 저에게 정말 충만감을 주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여행은 좋다, 여행을 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라는 많은 말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니까 저는 그게 또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책도 늘 읽는 책이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책이 뭔가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분별하는 것, 타인의 욕구와 나의 욕구를 분별하는 그게 요새 저에게 아주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은지네 반은 학예회 때 라틴 댄스와 연극 [장화 신은 고양이]를 하기로 했다. 은지는 이모에게 선물받은 보석이 천 개 달린 예쁜 구두를 라틴 댄스에 신기로 하였다. 플라스틱 구두라서 신으면 무척 발이 아플 거라는 온 식구의 경고도 무시한 채 은지는 학예회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학예회 날, 보석이 반짝반짝하는 구두를 신었더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금세 발이 아프고, 은지는 비운의 짝꿍 호찬이와 라틴 댄스를 추다가 그만 스텝이 꼬이고 만다. 그바람에 호찬이와 한참 투닥투닥 싸우게 되는데... 나는 강아지 모자를 쓰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민우를 졸졸 따라다녔다. 강아지는 원래 그렇게 주인을 따라다니는 거니까 말이다. 막내아들과 공주님이 결혼할 때도 나는 이민우와 정규태 공주 사이에 앉아 있었다. "은지야, 엄마는 어디 계시니? 같이 사진 찍어줄게." <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의 뒤를 이어 이 다음에 나올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에는 어떤 에피소드를 준비하셨는지 살짝 귀띔해주시겠어요? "앞으로 호찬이가 주인공이 되고 은지는 호찬이의 친구들 중 하나로 나오는 세 권이 더 준비되어 있는데요, 생일파티 이야기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네요. 규태... (규태 이름만 등장해도 웃음이 번지는 인터뷰 자리) 규태의 생일파티에 호찬이가 가서 대활약을 펼치게 되죠. 일단 생일파티에서는 소동이 한바탕 벌어지고. 친구끼리 정말 하기 힘든 한마디, 미안해. 미안하다고 인정하기까지의 그 정말 힘든, 아이들의 놓기 힘든 자존심, 아이들도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그 이야기가 있구요. 또 하나는 사실은 이 시리즈의 처음이 되었어야 하는 이야기인데요, 입학 이야기가 있어요. 입학하기 이전까지 숫자나 한글, 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다보면 둘째는 엄마가 신경을 안 쓴다는 것, 덜 쓴다는 것이 정설이거든요. 큰애 때는 아주 열심히 준비해가지고 알파벳, 두자릿수 곱셈부터 덧셈, 뺄쎔까지 싹 다 해가지고 가는데, 둘째는 이제 '아 얘는 이제 걷는 것만 해도 너무 귀여워'로 만족하는 거요.(웃음) 그러다보니까 학교에 딱 입학할 무렵이 돼서 엄마들이 '너무 준비 안 돼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후르륵 달아오르는 시기가 또 있어요. 제가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도 그런 불안의 시기가 있었어요. 저는 아이가 하나고 그 불안이 꽤 강했는데, 학교에 간다는 게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경험이구나, 학교의 교육과정도 상당히 아이들 친화적이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에 젖어갈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의 경험을 했었고요. 그런 느낌,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나는 뭐였더라? 아, 그리고 이제 학교에서 일일교사처럼 엄마 아빠들이 오셔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날은 또 은지 아빠가, 교도관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은지네 아빠가 오시는 거죠. 호찬이네 아빠는 태권도 사범님이세요. 그래서 호찬이는 우리 아빠가 제일 쎄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더 쎈 존재가 나타나는 거죠. 호찬이는 사실 은지에게 상당한 호감이 있어요. 근데 아이니까,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을 못해서 늘 은지의 성질을 돋우죠. 둘이 늘 티격태격하면서도 호찬이는 늘 은지한테 다가가려고 노력을 하고요. 그리고 장차 하고 싶은 이야기로 이런 것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 동화 속에서 아주 뚜렷하게는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은지네는 서민 가정이고 호찬이네는 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든요. 아이들끼리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부자야, 누구네는 더 부자야, 가진 물건이라든지 그런 걸 가지고 상처를 주는지도 모르면서 하는 그런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아이들이 좀 더 열린 자세라고 할까, 산다는 것이 이 모두에게 평등하지도 않지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서열화되는 그런 문제는 전혀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의 세계가 있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세계가 있고,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차이를 폭발시킬 필요가 없다는 그런 이야기를 두드러지게 드러낼 필요가 없다, 아이들끼리 얼마든지 잘 섞일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배워가는 것, 아이들도 배워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따님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알고 싶어요. 아이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릴 때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시는 편인지도 궁금하고요. "학교 공부나 다른 건 아이에게 일임하다시피 하는 편인데요.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나름대로 아주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나름의 단계를 거쳐서 목표로 하는 최종 목표 지점은 고전이에요, 고전. 고전을 향해 가고 있어요, 제 딸은. 물론 여러가지를 읽습니다만, 고전도 편집본이 아닌 최대한 원전을 살린 고전을 읽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고, 도서관에는 잘 안보내요. 근처에도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데,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은... 사실 제가 도서관에 가도 책을 고르기가 어렵거든요. 그 엄청난 책 쓰나미 속에서 저도 어려운데 아이는 더 어렵겠죠. 그러다보니까 제일 쉽게 손이 가는 건 만화예요. 물론 여러가지 좋은 만화, 학습만화들도 많습니다만, 읽기라고 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만화는 분명히 지양해야 하는 점이 있고요. 저희 집에는 아이 책이 많지 않아요. 언제나 책꽂이 두 개, 크지 않은 책꽂이 두 개의 분량을 유지하거든요. 그 정도의 컬렉션이면 아이에게 충분하다고 생각을 해요. 여러 번 읽기,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게 제 생각에는 문장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그냥 단순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는 걸 넘어서 글을 쓸 수 있게, 문장을 쓰고 안정되게 글을 구성하는 능력은, 반복해서 읽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좋은 책, 좋은 소수의 컬렉션을 아이가 거듭거듭 읽도록 권하는 편이고요. 그래봤자 아이는 여러 루트에서 책을 접하기 때문에 제 커리큘럼 밖의 다양한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게 감동했던 순간이 그래서 '너는 어떤 책이 제일 좋드냐,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라고 물었을 때였는데요. 그 때 마침 제 딸이 해리포터에 푹 빠져 있어서 당연히 대답도 해리포터일 거라고 예상을 했거든요. 근데 아이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좋다고. 자기는 그 작가를 진짜 만나보고 싶대요, C.S. 루이스가. 저는 그때 아, 이 아이가 도전의 맛을 아는구나, 아이들에게도 고전의 향기가 전달이 되는구나 하고 굉장히 기뻤어요. 아이가 책임감으로 책을 읽게 되어서는 안 되고 일단 시작은 즐겁게. 시켜서가 아니라 정말 즐겁게 애정에 넘쳐서 정말 자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달달달달 몇번 읽기를 바라구요. 저는 딸의 독서를 사실은 그렇게 섬세하게 보진 않고, 일단 고전으로 간다는 방향을 잡아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첫 작품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발표 후 10년이 지났는데, 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여러 변화를 겪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올해로 딱 10년이에요, 제가 글 쓰는 사람이고 앞으로 쓸 것이다라는, 나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시기가 작년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것도 못 쓰고 고민만 하던 시기에 희한하게 이런 정체성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나는 이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제일 원하고 좋아하는 일은 이거다. 이전까지는 작가라는 직업, 일하는 환경, 만나는 사람들로 제 직업을 판단했다면, 좀 더 본질적으로 쓰는 것이 저에게 주는 거대한 의미와 이야기들을 작년부터 크게 실감한 것 같아요. 올 가을 제 새로운 소설도 출간이 임박했는데, 올해가 저에게는 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큼 큰 전환점이 됐어요. 지난 10년,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나름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 시기는 제게 주어진 격렬한 육아기와 딱 겹쳐 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10살이 되기까지는 일에 정말로 몰두해서 에너지를 쏟기가 힘든 환경이었고요. 아이가 10살을 넘기면서 이제는 저, 가족과 분리된 나와 나의 일을 다시 생각하는 그런 순간이 왔어요. 올해는 등단 10년이면서 마흔 고개도 넘겼는데 참 의미있는 한 해였고, 앞으로는 제 일을 이전과는 정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고, 또 훨씬 더 소중한 것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소설도 나오는구나. 기다리시던 많은 독자분들께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되겠네요.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분들께 전하는 인사말 부탁 드리겠습니다. "알라딘이 참 그리워요. 2004년에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을 하면서 아주 많은 자양분을 섭취를 했어요, 알라딘이라고 하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독보적인 커뮤니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얻었어요. 그 시절, 그 친구들, 이웃들과의 추억은 정말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저에게 쏟아주신 관심이나 애정에 비해서 제가 그동안 활동이 뜸 했던 것 같아서 반성하는 마음, 이제는 좀 더 열심히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사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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