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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셰이본(Michael Chabon)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명이다. 이제 마흔 중반인 그는 이미 퓰리처상 (2001년,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The Amazing Adventures of Kavalier & Clay)>, 휴고상 (2007년), 네뷸러상 (2008년, 이상 <유대인 경찰 연합>)을 비롯한 무수한 상을 휩쓸었고, 대중은 기꺼이 그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준다.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한국 출간을 기념해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대대로(!) 간결하고 다소 예민한 답을 받고 나니,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뭘까. 질문이 부실해서 제대로 전달될 지 모르겠지만 여러분, 이 작가 정말 읽어 볼만 합니다. (진행 | 다산책방, 인터뷰 | 알라딘 도서팀 김재욱) "내 작품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여 꼬리표를 붙이고 싶지 않다." 알라딘 : 서면으로나마 만나게 되어서 무척 반갑다. 첫 질문, 이 질문지를 받은 순간 무얼하고 있었나? 답을 작성하기 위해 인터뷰지를 읽기 직전에 한 일에 대해 말해달라. 마이클 셰이본 : 미국 동북부 메인주에 있는 대서양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고 돌아왔다. 알라딘 : 당신의 데뷔작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이후에 발표한 작품과 사뭇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전통적인 구조에 전통적이지만은 않은 내용을 담은 신세기의 성장담이랄까. (한국어판 말미에 수록된 바 있지만) 왜 이 작품을 쓰게 됐는지, 아니 왜 소설이란 걸 쓰고자 했는지 알고 싶다. 어떻게 작가가 될 마음을 먹었느냐는 질문이다. 마이클 셰이본 :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내가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던 첫 작품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이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와 <굿바이 콜롬버스>의 영향을 받고 집필하게 되었는데, 내가 아는 모든 단어를 적어도 한번쯤은 사용하여 작품을 써보려고 했었다. 알라딘 : 소위 일반 문학 (한국에서는 순수 문학이라고 한다)과 장르 문학의 어떤 범주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하는 듯 하다. 사실 장르적인 특색이 크게 강하지도 않고. 당신 작품에 대한 양측 진영(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긴 하지만)의 반응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마이클 셰이본 : 어떤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하고 있거나 은유적 목적을 가진 작품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난 내 작품을 어떤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여 꼬리표를 붙이고 싶지 않다. "<원더보이스>가 가장 아끼는 작품" 알라딘 : 당신의 필명 정보엔 레온 샤임 바흐, 말러키 B. 코엔, 어거스트 반 욘과 같은 이름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이름들을 짓게 되었나? 어원이 궁금하다. 이 이름들로 어떤 작품들을 썼는지도 알고 싶다. 마이클 셰이본 : 어거스트 반 욘은 내 작품인 <원더보이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인 앨버트 베치의 필명이다. 레온 샤임 바흐, 말러키 B. 코엔은 애너그램 (단어나 철자의 배치를 바꿔서 다른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만든 이름이다. (MICHAEL CHABON / LEON CHAIM BACH / MALACHI B. COHEN은 같은 철자로 구성되어 있음) 알라딘 : [스파이더 맨 2]의 작가진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출간한 작품 대부분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코엔 형제도 있고. 영화와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보이는데, 이런 일들에 만족하고 있는지, 영화화된 당신의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떤 영화인가? 마이클 셰이본 : 대부분은 아니고 그동안 집필했던 9개의 작품 중에서 <원더보이스>와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2개만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화된 두 개의 작품 중에서 하나만이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작품들의 영화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알라딘 : 당신은 퓰리처상과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주변의 동료들(동료 소설가들)의 반응은 어땠나? 마이클 셰이본 : 두 개의 상을 동시에 받지는 않았다. 퓰리처상은 2001년에 수상했고 휴고상은 그로부터 7년 후에 수상했으니 말이다. 알라딘 : <원더보이스>,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을 보고 나니 어쩐지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었다. 당신에게도 아트 벡스타인과 같은 성적 취향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이클 셰이본 : 아트의 소식을 들은 지 꽤 오래돼서 요즘은 그가 누구한테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당신은 아는가? (농담) 난 좀 그런 쪽으로는 좀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아트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알라딘 :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의 주요 배경은 (난장판을 제외하면) 도서관과 서점이다. 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는 게 맞을까? 당신을 키운 작품들은 어떤 것이었나. 좋아하는 작가, 숭배하는 작가, 긴밀히 연락하고 지내는 동료 작가의 이름을 함께 말해주어도 좋다. 마이클 셰이본 : 그렇다. 음악과 가족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존경하는 작가들은 좀 많은 편인데 아서 코난 도일, 레이 브래드버리, 레리 니븐, 마이클 무어콕, 헨리 밀러, 존 업다이크, 보르헤스, 도널드 바셀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마르셀 프루스트, 존 치버, 토마스 핀천 등을 좋아했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 작가로는 조나단 레덤, 알렉산다르 헤몬, 켈리 링크 등이 있다. 알라딘 : 한국에서 당신 작품은 <유대인 경찰 연합>, 일종의 프로젝트였던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그리고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순으로 출간되었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해서, 당신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품은 무엇인가? 자랑스럽다거나 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작품들 말이다. 마이클 셰이본 : <원더보이스>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데 이 작품은 날 구해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평을 받았으니 큰 돈이라도 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알라딘 : 요즘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혹은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해 줄 만한 책이 있는가? 마이클 셰이본 : 친한 동료작가인 알렉산다르 헤몬의 신간 <Love and Obstacle>이라는 단편모음집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인데 정말 훌륭한 작품이어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알라딘 :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당신 작품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문학적 성취나 대중적인 면을 모두 고려했을 때 말이다. 아무래도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놓치게 될 지도 모르는 것들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말해주어도 좋겠다. 마이클 셰이본 : 글쎄. 다른 언어로 번역된 작품들이 내 의도를 잘 반영했는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될지 사실 잘 모르겠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영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과정과는 상당히 다를 것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어떤 번역가들은 타고난 아티스트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번역가들은 그보단 그저 솜씨 있는 정도일 수 있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도 작품의 적절성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알라딘 : 책을 읽거나 쓰지 않는 시간에는 무얼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보면 음악, 영화, 야구 등을 즐기는 당신이 떠오른다. 그리고 작품은 주로 언제 어디서 쓰는지도 알고 싶다. 마이클 셰이본 :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은 우리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락거리이다. 그리고 영화는 두말할나위도 없이 너무 좋아한다. 작품은 주로 집 뒤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소설가인 아내와 함께 쓰는 편이다. 알라딘 : 당신의 작품을 ‘레이먼드 챈들러와 필립 K. 딕이 아이작 바세비스와 함께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 같다’고 평한 글을 봤다. 여기에 우디 앨런이 동원되기도 하고... 이런 평들에 동감하는 편인가? 마이클 셰이본 :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평을 받았으니 큰 돈이라도 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말씀?" / "Kamsahamnida!!!" 알라딘 : 다양한 장르의 소설, 아니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들을 써 왔다.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은? 지금 집필 중인 작품이 있다면 그 이야기도 잠깐 해주면 좋겠다. 마이클 셰이본 : 지금 집필 중인 작품은 캘리포니아 주의 버클리와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두 가족- 백인가족과 흑인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이고 장르적인 요소를 그리 많이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내용이나 성향은 앞으로 작품을 쓰는 과정 중에 조금씩 바뀔 수도 있다. 알라딘 : 글을 쓴다는 건 무얼까? 당신은 펜이나 노트북을 사용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문장을 만들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궁극적으로 닿고 싶은 대상이 있나? 어떤 마음으로 써 나가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지 궁금하다. 마이클 셰이본 : 영어라는 언어로 표현해내는데 많은 한계에 부딪힐 수 있겠지만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세계의 미지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알라딘 : 끝으로 당신의 책을 읽고 있는 한국의 팬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한다. 마이클 셰이본 : Kamsahamnida!!! 다른 저자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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