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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조정래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3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승주군 (사자자리)

직업:소설가 대학교수

가족:아내는 시인 김초혜

기타:동국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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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황금종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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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신작 <오 하느님>은 흑백의 사진 한장에서 비롯된 소설입니다. 일본군으로 징집되었다 만주 국경분쟁시 소련군에 편입, 이후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노르망디 해안에서 미군 포로가 된 기구한 운명의 조선인들-'이른바 노르망디의 한국인'이라 불리는 그들이 바로 <오 하느님>의 주인공들입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비극적 민족사를 문학의 테마로 삼아온 작가는 SBS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사진을 본 후 이 소설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세요.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박하영, 김재욱) 
 
 
평생의 화두 '인간이란 무엇인가'  


알라딘 : 이전에 대하소설을 쓰는 건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다고 하셨는데요. 이번 작품은 길이는 짧지만 그 스케일이나 비극성이 기존의 대하소설 못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근본적으로 제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정래 : 이 소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회의,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인류사에서 찾을 수 있어요.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은 수억의 인간을 갖가지 이유로 살해해 왔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부정적 부분을 더 많이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악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 인간들이 모인 집단인 '국가'는 국가이기주의를 위해 한층 더 포악해질 수밖에 없지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 세계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는 질문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류사/세계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필연적으로 강대국의 수가 약소국보다 적을 수밖에 없고, 인간이 인간을 학살하는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요. 1, 2차대전을 통해 1억이 넘는 인간이 죽었지요. 세계 지형에서 볼 때 약소국일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으로서, 또 이 땅에 살고 있는 작가로서, 이런 문제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은 비록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과거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에요. 바로 지금 현재의 이야기이고 미래의 이야기이지요. 그리하여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는 소설 속 일행들이 겪은 일에 대해 분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민족의 현재 위치를 생각하고 미래에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오 하느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비극적 내용이었는데요. 제목은 집필이 끝나고 지으신 건지, 그전에 구상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조정래 : '절망', '절규'의 표현입니다. 영어 제목으로 바꾸면 'Oh, my god!'이지요. 36년 동안 글을 쓰면서 책 제목을 짓는데 이렇게 오래 고민해본 건 처음이에요. 무려 7개월이 걸렸으니까요. 마치 물건처럼 버려지고 교환된 우리 민족의 그당시 신세를 한마디로 압축한 제목입니다.

알라딘 : 소설 속 신길만 일행은 끊임없이 '나는 조선인이오'하고 외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그저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이국을 떠돕니다. 살아남겠다는,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한 고통을 견뎌야 하는 그들을 보면, 민족의 비극을 넘어 인간의 비극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역사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어라고 생각하셔요.

조정래 :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클라이막스이자 갑작스런 파국의 장면으로 끝나는데요. 결국 소설은 문제를 제시할 뿐이며, 해결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상징'과 '생략'을 통해 독자들이 곱씹어보도록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설은 그저 '호소'할 뿐, 거기서 어떤 의미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이 책에서 신길만 일행은 차례로 일본군, 러시아군, 미군의 포로가 됩니다. 현재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4강 구도와 다르지 않지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약소국 국민으로서의 숙명을 타고났어요. 일종의 운명 공동체지요. 우리는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곧,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통일이 될 거라고,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는데,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그 길밖에 없어요. 남북한이 합치면 인구가 8천만이 되고 국제적 위상도 변화합니다. 내수시장도 커지고 이는 곧 국력 상승으로 이어지지요. 통일을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로 믿고 해결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통일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돼요. 통일만이 우리가 강대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지난한 길이 되겠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휴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군비 축소 후 강대국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알라딘 : 다음 대하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이번 작품을 쓰면서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나요.

조정래 : 제가 계속해서 대하소설을 쓰기를 기대하고 있는 독자들이 많지만, 이제는 체력적으로도 부치고, 또 길이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길이가 짧은 소설답게그에 맞는 문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전쟁의 한가운데, 워낙 참혹하고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런 극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힘주어 짧게 강한 문체를 썼어요. 소설의 효과와 흡입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이지요. 참혹한 전쟁터의 모습을 암시하고자 소설 앞부분부터 까마귀 등의 불길한 이미지를 반복해서 깔아놓았구요. 



"모든 작가는 휴머니스트이자 자유주의자"


알라딘 : 일전에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의 산소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정부”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는데요.

조정래 : 작가는 근본적으로 휴머니스트,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불이익, 피해가 오더라도 인간을 옹호하는 쪽에 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졸라나 사르트르를 보세요. 저는 어려서 전쟁을 직접 경험했어요. 그 끔찍한 전쟁의 비극성, 인간이 인간을 짐승처럼 핍박하는 현실을 고박하는 것이 저의 작가적 소임일 수밖에 없지요. 저는 문학이란 사회와 인간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설의 오락화는 용납할 수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연애소설은 절대 안 쓸 생각이에요. <태백산맥>의 소화와 정현상의 이야기처럼 삶의 일부로서는 쓸 수 있지만요. 혹시나 <춘향전>보다 위대한 연애소설을 쓸 수 있다면 모를까. (웃음)

빅토르 위고는 일찍이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이지요. 작가는 근본적으로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입니다. 모든 정치세력은 권력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횡포를 저지르기 마련이고, 따라서 이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지 참여는 아니라고 봅니다. 깊게 보면 문학에의 배신이며 작가로서의 파멸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언어를 쓰는 한 문학은 영원하다"  


알라딘 : 위기가 기회라고, 누가 한국문학을 읽는가, 왜 쓰는가에 대한 고민이 문단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현재의 한국문학에 대한 느낌과 문학의 미래, 지금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후배 작가들에게 한 말씀 들려주셔요.

조정래 : 인간은 끊임없이 여행하고픈 욕구, 호기심이 있습니다. 일본 소설이 더 많이 읽힌다, '한국문학의 왜소화'니 어쩌니 말이 많은데 저는 별로 걱정이 없어요. 진짜 적은 일본 소설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게임 등 문명의 이기가 문학의 적이지요. 하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라디오, TV가 처음 생겼을 때나 영화가 등장했을 때도 항상 문학은 위기란 말이 나왔었지요. 그러나 그 긴 세월 동안 문학은 끈질기게 그 생명을 이어왔어요. 문학은 언어를 쓰는 한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모든 이들이 책을 읽기를 기대해선 안되죠. 진지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은 언제나 몇 % 정도 있어요. 따라서 신인 작가들은 더 용기백배, 열심히 써야만 해요. 하루 8시간 노동하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감동케 하는 것이 작가인데, 그보다 2배, 3배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저는 작가가 된 이후 늘 6시에 기상하고 일요일이 없는 사람이예요. 재능을 믿기보다 노력을 믿어야 합니다.

알라딘 : 얼마전 <아리랑> 100쇄 기념 간담회에서, 우리 근현대사와 세계사에서 우리 청소년이 꼭 읽고 알았으면 하는 인물들 골라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써낼 예정이라고 밝히셨는데요.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된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그리고 이후의 집필 계획을 대략 알려주셔요.

조정래 : <인간 연습>이나 <오 하느님> 정도 길이의 작품을 5~6편 정도 더 쓸 생각이에요. 그리고 손자 세대를 위해 청소년 전기물을 50편 정도 쓸 생각이구요. 아들을 키우며 책을 읽힐 때 영 불만스러웠는데, 손자녀석들한테까지 그런 책을 읽힐 수 없지요. 모국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직접 쓰기로 했어요. 대략 3년 내에 작업을 마칠 예정이에요. 400매, 50편 예정이니 2만매쯤 되겠군요.

알라딘 : 주목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고객분들께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

조정래 : 우리 작가 중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작가는 김훈, 방현석, 최인석 등입니다. 저는 독자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읽히는 고전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동물농장>이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호밀밭의 파수꾼>, <노인과 바다> 같은...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이야기하는 작가를 보며, 한평생 문학에 바쳐온 열정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모쪼록 오래오래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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