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 대한 확신 위에 구축되어 온 서양 근대사상을 근저에서부터 뒤흔들어버리고,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한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그를 두고 '19세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가장 완전하고 유일한 20세기의 철학자'라고 평했다.
젊어서는 열렬한 공산당원이었으나,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로 탈당하게 되었다. 대학시절부터 헤겔과 마르크스에 빠졌으나, 당대의 레비스트로스, 알튀세 등 구조주의 계열 철학과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27세 이후 니체 읽기를 시작하면서 자기만의 독창적 철학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푸코는 이성의 이름 아래 자명하고 보편적인 진리로 여겨졌던 기존의 모든 지식체계를 회의하면서, 근대 철학자들의 관심 밖에 있던 '광기'와 '성'의 문제를 '권력'의 문제와 연관지어 근대사의 '비밀'을 풀어 헤쳐나갔다.
푸코에 의하면 근대사회는 그 자체가 거대한 감옥이다. 이 거대한 감시와 처벌의 체계는 권력과 지식의 결탁에 의해 운용된다. 푸코의 관심사는 노골적인 독재권력에 있지 않다. 훨씬 '근대화'된 '이성적'인 권력들이 일상의 문화와 언어에 침투해 행사하는 은밀한 지배방식에 그의 관심은 집중되었다.
푸코가 정신병원을 감옥과 대등한 수준에서 다룬 것도 그같은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가 '정상'이라고 이름붙인 성관념을 벗어나는 것은 모두 '비정상'으로 매도돼 곧바로 정신병자로 분류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푸코에게 있어서 권력, 광기, 성은 상호 복합적 관계를 형성하며 뒤얽혀 있다.
이처럼 권력과 지식은 뗼레야 뗄 수 없는 복합체가 되어 당대의 '지식의 기준'을 설정하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는 '경계선'을 설정하며, 여기에서 벗어나는 사상이나 행동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지성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미셸 푸코의 저작들은 대중적 인기도 높아서, 그가 태어난 프랑스에서 빵집의 '모닝빵'처럼 날개 돋힌듯 팔렸으며, 국내에서도 거의 모든 저서가 번역돼 널리 읽혀 왔다.
철학 역사학을 비롯해 문학비평 언어학 정신병리학 임상의학 경제학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푸코의 작품들은 1980년대 말 마르크스주의의 몰락 이후, 90년대 들어 집중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20종이 넘는 푸코의 저서와 푸코에 대한 연구서들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한 철학자에 대한 책이 그처럼 짧은 기간에 그처럼 집중적으로 소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권력.광기.성을 삼각축으로 하는 그의 이론은 정치권력이나 계급관계에 초점을 맞춘 기존이론들과는 달리 권력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통찰과 더불어 근대사회의 한계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근대 자본주의사회의 한계를 넘어서 '보다 나은 사회'를 바라는 지식인들에게 호소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