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마감을 잘한다며 누군가 “기자 해보는 게 어때”라고 던진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겁 없이 기자 세계에 발을 내딛었다. 2013년 겨울 서울경제신문 수습기자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 석 자를 발견한 뒤 10년 넘게 기사의 바이라인으로 존재하고 발언하는 삶을 살고 있다.
2021년 말 회사의 초대 실리콘밸리 특파원이 돼 아무 연줄도 없는 상황에서 발로 뛰며 네트워크와 취재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저력은 될 때까지 노력하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허슬 정신이었다. 2022년 7월 챗GPT로 인한 생성형 AI붐이 불기 이전에 딥러닝의 아버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학교 교수를 캐나다 자택까지 찾아가 국내 언론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이후 AI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게 돼 2023년 11월에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생성형AI 최대 파트너십을 비롯해 매 행보가 화제였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각각 인터뷰했다.
기자의 장점은 배울 수 있고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 매순간 주어진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IT 업계를 취재하다 보니 기술을 너무 사랑하는 ‘너드’과일 거라는 추측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한 번 기술을 체득하면 쉽게 전체를 파악하는 유형도 아니라 2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 생태계를 맴돌았던 것은 IT 업계의 남다른 조직 문화에서 발견하는 어떤 ‘미래형’의 상(像)에 끌린 게 크다. 이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작은 사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