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시를 쓰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 언어의 표현수단으로 나는 시를 선택했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31자의 문자에. 천삼백 년 간 이어져 내려온 5.7.5.7.7 이라는 마법의 지팡이. 정형 리듬을 부여받은 문자들은 생생하게 헤엄치기 시작해서는 이윽고 신기한 빛을 발한다. 그 순간이 나는 좋다.
짧다는 것은 표현에 있어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일까?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의 군더더기를 하나씩 잘라내 버리고 마지막에 남은 그 무언가를 정형이라는 그물로 잡는 것이다. 그 잘라버릴 때의 긴장감, 혹은 잘라낼 때의 충실감. 이것이 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