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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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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소리갈피>

이혜리

1958년 서울출생
1977~1981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학사)
1986~1987 EAPI(East Asian Pastoral Institute) 연수 참가(필리핀)
1988~1989 「성서와 함께」 편집부 기자
1990~2019 중등학교 영어교사(상하이/칭다오 한국학교 경력 5년 포함)
1991~1995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외국어교육학과 졸업(석사)
1996~2006 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문학박사)
2008 전국영어수석교사협의회장 역임
KOTESOL 국제학술대회 홍보부장 역임
『광복반세기의 주역들』 교육분야 유공인사
2009 건국대학교 시간강사
2009. 8. 20. 『아이리스 머독 소설에 나타난 타자(他者)읽기
-시몬 베유의 철학사상을 중심으로』, 한국학술정보주
2016~2019 알콥(ALCoB: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력원) 국제교육협력교사
2022. 9.17. 『마당』 문학 신인상 수상
2022 한국문예협회 작가 회원
선바위역 과천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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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소리갈피> - 2023년 1월  더보기

시는 혹독한 삶의 진한 배설물이다. 삶의 질곡을 다 돌고 돌아야 배출되는 것이다. 내가 시를 쓰게 된 것은 행복한 때가 아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극도의 고통이 다 지나가고 모든 것이 숙성되어 잠잠해졌을 때이다. 어느 날 우연히 수원 북문에 있는 찻집에 들려 차를 마실 때였다. 그곳에서 매달 시낭송회가 있으니 한 번 참석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한 달 후 나는 시낭송 모임에 갔다. 매달 시인 한 분을 모시고 그 시인의 시를 돌아가면서 읽는 방식이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첫 소절을 읽는 순간,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억지로 눈물을 삼켜가며 간신히 시를 읽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매달 찻집에서 열리는 시낭송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자작시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작시가 백 여 편에 이르자 시집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1958년, 나는 셋째 딸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 내 이마에 떨어진 잉크는 나의 삶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두 언니들에 이어 또 딸을 낳게 된 어머니는 그 사실을 차마 아버지께 알릴 수 없어 한 달간 숨겨두셨다고 한다. 군복무 중이셨던 아버지께서는 이상하다싶어 딸이라도 좋으니 소식을 좀 달라고 편지를 띄웠다. 어머니께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눈물을 훔치시며 잉크를 찍어 답장을 쓰시려다 실수로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셨다. 그런데 하필 그 잉크가 내 이마 정중앙에 떨어졌다. 어머니께서는 얼른 수건으로 잉크자국을 지우려했지만 너무 여린 살에 떨어져서인지 그 잉크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자라면서 그 잉크자국이 남긴 푸른 멍에 대해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설명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슬펐다. 원치 않던 셋째 딸로 태어난 이야기를 늘 해야 했으니까. 그러다 1986년 필리핀 아테네오 대학 내에 위치한 가톨릭 예수회가 주최하는 동남아시아사목연수회(EAPI: East Asian Pastoral Institute) 교육과정에 10개월간 한국 평신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외국 수녀님께 내 출생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수녀님께서는 “세 째 딸이 아니라 세 번째 선물이지.”라고 말씀해주셨다. “넌 세 째 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네 부모님께 주신 세 번째 선물이야.” 그 말을 듣자 내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그래 나는 세 번째 선물이지.” 그 이후로 나는 내 출생을 둘러싼 암울하고도 슬픈 사연에서 벗어나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제 그 잉크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마 정 중간에 찍힌 잉크가 나의 손끝을 타고 흘러내려 원고지로, 화선지로, 스케치북으로 흘러들어간다. 종이만 보면 늘 낙서처럼 연필로 선을 긋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제 그 낙서는 시로, 작은 그림으로 변해간다. 어머니께서 내 이마에 떨어뜨린 파란 잉크는 더 이상 수치가 아니다. 어디나 흘러들어갈 수 있는 시가 되고 그림이 되어 고통과 슬픔, 절망과 저주, 빛이 들지 않는 암흑 속으로 흘러들어가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하나의 푸른 점이길 바란다. 아울러 내 시집에 캘리그래피, 어반스캐치로 생기를 불어넣어주신 서송월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마지막 근무지인 매홀고등학교에서 만나 취미로 캘리그래피를 하였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예술로 함께 극복하곤 했다. 나는 이 시집에 선생님께서 평소에 그려두셨던 그림들을 ‘어떤 수정도 거치지 않고’ 표지뿐 아니라 곳곳에 끼워 넣어 시의 분위기를 살려보았다. 퇴직 후 서로 다른 곳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의도치 않은 시와 그림의 조화가 크게 어색하지 않은 것은 많은 시간 함께 해온 예술의 혼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인 것 같다. 2022년 가을 궁평항 바닷가를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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