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은 케네스 밀러이며 19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가토스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아버지의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자랐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떠난 후 어머니와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안정된 가족을 갖지 못한 그의 경험은 이후 자신의 작품에 미국 가정의 붕괴라는 소재로 자주 연결되었다.
《펄프 매거진》에 연재를 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44년 미시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데뷔작 <어두운 터널The Dark Tunnel>을 출간한다. 당시 부인인 마거릿 밀러가 작가로 활동 중이었기에 이때부터 로스 맥도널드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졸업 후 1944년부터 1946년까지 해군 통신장교로 복무한 후 미시간으로 돌아와 활동했고, 1950년대 초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로 옮겨 정착했다. 1983년 알츠하이머병을 앓다가 사망하였다.
<움직이는 표적The Moving Target>(폴 뉴먼 주연의 영화 <하퍼Harper>로 제작)을 시작으로 열여덟 편에 걸친 시리즈에 등장하는 작가의 분신, 탐정 루 아처는 맥도널드의 지인인 마일즈 아처와 《벤허》의 작가 루 월러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미국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에서 레이먼드 챈들러와 대실 해밋의 계승자로 평가받는 로스 맥도널드가 창조한 고독한 탐정 루 아처는 기운 넘치는 하드보일드 작가 선배들의 작풍을 뛰어넘어 인물에 심리적 깊이와 통찰력을 부여했다.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으며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도 거의 없는 루 아처. 그는 의뢰인이 찾아달라는 실종자를 집요하게 추적할 뿐이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은 대부분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은밀한 의뢰는 결국 늘 그들의 치부를 봐야 한다는 뜻이기에 탐정은 늘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하지만 일인칭으로 전개되는 소설 속에서도 확인하기 힘든 그의 심중은 언뜻언뜻 비치는 그의 독백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전달되면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추리와 심리 스릴러라는 미스터리의 두 가지 면을 교묘하게 엮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서 영향 받은 것으로 평가되며, 오늘날까지 독자와 평론가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골드먼은 맥도널드의 작품을 두고 “미국 탐정소설의 완결판”이라고 극찬했으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평했다.
“어느 페이지를 들추어도 억제된 필치로 사람들의 애달픈 인생살이가 절실하게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어두운 색 모자라도 뒤집어 쓴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불행에 이르는 여정을 각자 하염없이 걷는다.”
그 외 작품으로 <소름The Chill>, <지하인간The Underground Ma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