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내가 뉴욕행 비행기에서 읽은 책들은 뉴욕의 세련됨과 화려한 볼거리, 쇼핑의 천국에 대해서만 주구장장 늘어놓았지 비 오는 날 뉴욕의 전철에 떠다니는 쓰레기와 비싸디비싼데도 코딱지만한 방과 도처에 깔린 사기는 물론이고 토플, GRE 따위로 얻은 실력으로는 '바닐라 라테(브닐라 라테이)' 하나도 제대로 주문할 수 없을 거라는 등의 언급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하여 나의 독자들에게 우선 나라는 존재와 나의 관점에 한계가 있음을 누설하고 싶다. 나는 뉴욕의 토박이라든지 전문가가 아니며, 지난 3년간 뉴욕 구석구석을 다 뒤질 만큼 부지런한 사람도 아닌데다, 1년 반쯤은 필라델피아의 스튜디오에 박혀 학교 숙제를 해내느라 머리를 쥐어 뜯으며 지냈고, 관광 가이드 북에 실린 '꼭 가봐야 할 뉴욕의 명소와 레스토랑'에 발도장을 찍으며 다닌 기억도 없으며, 가는 곳곳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얼굴 두꺼움마저도 없다. 잘라 말해 내 뉴욕 삶의 경험은 삶의 경력만큼이나 미비하다. 그러나 미숙한 경험과 미비한 지식은 생존의 문제에서 좀더 쫑긋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