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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허혜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산청

직업:시인 문학평론가

최근작
2016년 3월 <현대시와 골룸의 언어들>

허혜정

1966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87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작 활동을, 1995년 『현대시』와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빗속에도 나비가 오나』 『적들을 위한 서정시』, 평론집으로 『에로틱 아우라』, 학술서로 『현대시론』(전2권) 『처용가와 현대의 문화산업』 『혁신과 근원의 자리』 『멀티미디어 시대의 시창작』 『시 창작이란 무엇인가』(공저)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공저) 『초판본 서정주 시선』 『초판본 박영희 평론선』 등이 있다. 2010년 젊은 평론가상, 2014년 동국문학상을 받았다. 『천년의 시작』 『시와 사상』 『서정시학』 『시인수첩』 및 국학자료원 편집위원, 한국시인협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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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

저자의 말

<현대시와 골룸의 언어들> - 2016년 3월  더보기

나의 비평이 편리한 이론의 기계를 돌리지 않고, 무언가 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 까닭은 대단히 명쾌하고 작품을 분석하는 데는 효율적인 각각의 이론들이, 작품을 해독하는 데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아쉬움을 안고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비평을 쓸 수 있을까를 끝없이 질문해오던 내게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던져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판타지물이지만 지극히 역사적으로 느껴졌던 그 작품에는 인류사회의 오랜 원동력이었던 도덕적 추진력을 분쇄시킨 현대의 악에 대한 근원적 탐구가 담겨 있었다. 언제든 악마로 돌변할 수 있는 존재의 탐욕과 악의 기류에 대한 강렬한 고발이 인상적이었던 그 작품에서 놀랍게 느껴진 것은, 그 책에 부록처럼 덧붙여진 연표였다. 그 거대한 시간의 프레임에 나는 강렬한 매혹을 느꼈다. 요정과 인간, 호빗과 난쟁이같은 부족들의 기나긴 역사는 존재의 다면적인 초상을 비춰주는 놀라운 신화적 감각을 품고 있었다. 『반지의 제왕』은 과연 문학적 현실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했다. 그 작품은 종교, 역사, 신화, 언어학 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거대한 서사였다. 비록 판타지는 한국문단에서 주류로 취급하지 않는 장르지만, 이미 20세기 서구문학의 정전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그 훌륭한 작품을 통해 나는, 한 시대의 서사로만 국한시킬 수 없는 강력한 상상력의 힘을 현대의 한국문학이 다소 결여하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도 나는 인간의 꿈과 맥박을 느끼게 하는, 사회공동체의 표현일 수 있는 신화적 상상력 같은 것을 통해 작품을 읽으려 노력하기도 했고, 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생태시, 정신주의시, 극서정시 등등으로 범주화된 어떤 유형의 시들만을 특별히 사랑하진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비평문을 써오면서 그러한 명명을 가능케 한 이론이나 태도의 한계를 느껴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나는 시에서 파편으로 튕겨나간 것들, 인간의 꿈이 생산해낸 모든 것을 문학의 이름으로 되찾고 싶었다. 현대시의 난폭한 말부림들 속에서도 충분히 인간의 꿈을 펼쳐낼 수 있는 말들을 사랑했기에, 마음과 영혼, 철학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들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현대예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삶’에 대한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우리는 세계가 삶이라고 주입한 생존의 방식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파괴하고, 권력과 자본을 얻기 위해 대립과 갈등의 질서를 따라간다. 버겁게 가동되는 세계를 견뎌내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냉담한 이방인이 되어가며, 서로를 짓밟고 배신한다. 이러한 현실의 문법에 대입해보면 ‘반지’는 자신의 권력 확장을 위해 사용되는 모든 관념의 총체일 뿐만 아니라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극단적 폭력 속으로 말려들게 하는 문명 그 자체의 메커니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반지의 힘은 철저히 시스템 속으로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의 소중한 꿈을 약탈하면서도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는 세계 속에 사우론은 편재한다. 이러한 장소와 시대를 예민하게 감지하듯 산산이 부서져간 현대시의 형상들은 정치만으로는, 문화만으로는, 역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위협적인 기류에 대항해온 거대한 싸움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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