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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월터 힐 (Walter Hill)

본명:Walter Wesley Hill

출생:1942년 (염소자리)

최근작
2022년 12월 <[4K 블루레이] 48시간 (1disc: 4K UHD Only)>

월터 힐(Walter Hill)

월터 힐은 브라이언 드 팔머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처럼 할리우드의 고전 장르에 두루 통달하고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장르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새롭게 개혁했던 스타일리스트다. 특히 그는 샘 페킨파에서 오우삼으로 이어지는 액션 묘사의 대가 계보에 꼭 들어가야 할 감독이다. 월터 힐은 다양한 장르를 연출했지만 폭력 묘사 장면만 나오면 안무하듯이 황홀하게 화면을 끌고 간다. 작품 편차가 고르지는 않지만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등의 영화에서도 폭력묘사장면만은 뛰어났다. 그 중의 백미는 <롱 라이더스>. 월터 힐이 처음으로 만든 서부극인 이 영화의 총격전 장면은 선배인 샘 페킨파의 솜씨가 무색할만한 수준이다. 힐은 영화감독이자 <에일리언 3>을 비롯한 여러 영화의 제작자이며 시나리오 작가지만 무엇보다 액션영화 전문가라고 불릴만한 감독이다.

캘리포니아 롱 비치에서 비행기 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힐은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미국사를 전공했으며 친구의 부탁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실릴 영화항목에 관한 기초자료를 조사하던 중 미국역사가 아니라 영화역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힐은 66년부터 영화현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27살때인 72년에 대망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 했다. 샘 페킨파가 감독하고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게터웨이>가 바로 힐의 각본 데뷔작이다. <게터웨이> 이후 힐은 세 편의 시나리오를 더 쓴 후에 <어려운 시절 Hard Times>(1975)로 감독 신고를 했다. 찰슨 브론슨이 노상에서 돈을 걸고 싸우는 싸움꾼으로 나오고 제임스 코번이 그의 매니저 비슷한 역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30년대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오락영화. 그러나 30년대에 워너 브러더스사가 신문 사회면의 헤드 라인을 소재 삼아 만들었던 사회파 영화 장르와 미칠 듯이 폭력묘사에 탐닉하는 B급 영화뿐만 아니라 도시의 낙오자들을 가슴을 저밀만큼 냉정하고도 시적으로 담아냈던 존 휴스턴의 72년 영화 <살찐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드라이버 The Driver>(1978)는 스타일리스트 힐의 재능을 입증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드라이버의 행로를 담은 이 영화는 자동차 추적 장면이 나오는 영화의 결정판이며 필름 누아르의 제 2기를 열었다고 봐도 좋을 만큼 도시 밤거리를 정교하게 촬영했고 프랑스 필름 누아르의 대부인 장 피에르 멜빌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월터 힐의 장기는 또 있었다. 대중적인 형식을 추구하면서도 힐은 계급, 인종, 가족에 대한 자기의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안주할 가정이 없이 떠돌면서 폭력으로 인생을 꾸미는 따라지 인생들에 대한 조망은 <워리어 The Warriors>(1979)에서 다시 나타나고 힐의 최고 걸작인 <롱 라이더스The Long Riders>(1980)는 서부의 역사를 남북 전쟁의 후유증에 따른 계급갈등의 투쟁의 장으로 해석한 수정주의 서부극의 결정판이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남부에는 희대의 총잡이 제시 제임스를 축으로 제임스 형제, 밀러스 형제, 영거 형제가 뭉친 은행갱단이 악명을 떨친다. 북부의 정치가들이 패권을 잡으면서 대지주였던 남부의 유지들은 패가망신했으며 제임스 일당도 그 중의 한 무리다. 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기들이 여전히 남부를 수호하는 사명을 수행한다고 은연중에 자부하며 북부에서 파견된 보안관 일행을 경계하는 이 지역의 남부사람들도 그런 제임스 일당을 드러내놓고 존경한다. 월터 힐은 존 존 포드의 서부영화에서 자주 봤음직한 공동체의 따뜻한 순간들을 담아내면서도 가족이 더 이상 온전히 존속할 수 없는 비극적인 순간을 냉정하게 포착한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정신적으로 떠돌 수밖에 없는 주인공 남자들이 의지하는 것은 바로 폭력이며 영화 곳곳에 나타난 폭력묘사는 장쾌하고 비장하다. <48 시간 48 HRS>(1982)과 <48시간 2 Another 48 HRS>(1990)는 버디 영화의 수작이었고 처음 15분이 지나도록 자막 장면이 끝나지 않는 특이한 도입부로 시작하는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Street of Fire>(1984)는 M TV 스타일과 서부영화의 문법을 결합해 놓은 신종 상품이었다. 대사 처리가 뛰어난 코미디 <브루스터의 백만장자들 Brewster's Millions>(1985), 로이 오빈슨을 모델로 한 블루스 음악 영화 <랄프 마치오의 교차로 Crossroad>(1986) 등 80년대의 월터 힐의 영화는 대체로 장르의 연금술사로서의 재능을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옛 소련의 KGB로 나오는 멍청한 영화 <레드 히트 Red Heat>(1988), <트레스파스 Trespass>(1992)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고 <제로니모 Geronimo : An American Legend>(1993)는 수작이었지만 미국 내에서 1,840만 달라 밖에 흥행하지 못했다. <와일드 빌 Wild Bil>(1995)과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 Last Man Standing>(1996)도 평범했다.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를 존경하는 현대의 장인 월터 힐은 수정주의 장르 시대에서 포스트모던 시대를 통과하면서 과녁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힐은 장르를 혁신했던 초기 영화의 이미지만으로도 기억될만한 감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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