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여름 중국 북경의 한 서점에서였다. 매번 중국에 갈 때마다 서점에 들러 전공분야 혹은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둘러보곤 하는데, 이번에는 『한자지도』라고 하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저자의 성명을 보니 한자학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한자를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조명하여 대중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특히 지역마다 발견되는 한자유물들을 소개하고 해당유물이 발견된 장소와 특징 등을 설명한 것이 전문적인 연구서와 구별되는 점이다.
이 책은 한자를 새로운 시각, 즉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조명을 시도한 책이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넓은 영토의 곳곳에 문화유적지와 유물이 분포되어 있다. 한자에 관한 유적지나 유물들도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데, 이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면 여러 가지 안내서 혹은 자료집을 뒤져야 한다. 역사박물관에 가서 찾아본다고 해도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유적과 유물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번거로움을 이 책 한권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거시적인 각도에서 중국 전역에 산재한 문화유적지를 소개하고, 해당 유적지의 유물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이 여덟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자와 그림의 근원(字畵同源)’에서는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암각화를 통해 문자의 근원이 그림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아침햇살의 찬란한 빛(晨曦之光)’에서는 문자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복희, 신농, 창힐의 유적과 행적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다. ‘갑골문과 금문(甲金爭輝)’에서는 갑골문의 유적, 발견, 연구와 청동기에 담겨진 세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변화하는 한자(漢字風雲)’에서는 죽간과 목간, 청동기, 석각문자, 백서, 병기문자 등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통일된 한자(書同文字)’에서는 진시황과 이사의 문자통일과 석각에 나타난 통일자체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일맥상통(一脈相通)’에서는 고금의 한자가 서예의 길을 통하여 전승됨을 설명하고 있다. ‘한자의 전파(漢字傳播)’에서는 한자가 주변국가 한국, 일본, 베트남 등에 전파되어 수용되는 사실과 중국의 기타 민족 문자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한자 이야기(漢字談趣)’에서는 고대 중국의 한자연구 대가들에 대한 소개와 장수와 복, 그리고 한자와 대련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이 책은 한자의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망라하고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벗 삼아 한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기를 바라며, 역자의 낮은 식견으로 인해 생긴 오역이나 졸역에 대하여 독자들의 질정과 혜량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