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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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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삼중 전가 신학>

박승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신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의 칼빈 신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개혁주의 신학이 가장 온전한 복음이라 믿고 이를 계승하고 변증하며 발전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 역서로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천년왕국이란 무엇인가』, 『개혁주의 무천년설』, 『개혁주의 종말론 탐구』, 『윌리엄 퍼킨스의 직업 소명론』, 『직업과 소명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부흥과 개혁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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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윌리엄 퍼킨스의 직업 소명론> - 2022년 6월  더보기

한국에 소개된 ‘소명을 다루는 많은 작품’이 개인의 해석과 경험에 근거해 기술되어, 신학적으로 충분한 학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면에서 학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가치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본서의 소개가 직업 소명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와 함께 활발한 신학적 논의들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서는 400년 전 서구의 종교개혁 시대에 영국에서 개혁주의 신학의 큰 족적을 남겼던 윌리엄 퍼킨스의 한 작품을 번역한 것입니다. 퍼킨스는 이론신학뿐 아니라, 실천신학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또한 이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본서는 바로 이런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종교개혁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고대 시대부터 이어져 온 노동을 천시해 온 잘못된 직업관을 개혁하여, 현대 노동관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퍼킨스의 이 작품은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제시된 소명론의 고전으로 일컬어집니다. 본서가 400년 전에 쓰인 글의 번역이라는 점에서, 독자가 읽으면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말씀드립니다. 먼저, 본서는 소명에 대한 글입니다. 본서에서 한국어로 부르심 또는 소명으로 번역하는 단어는 영어의 calling 또는 vocation(라틴어 vocatio에서 유래)입니다. 원서에서 퍼킨스는 두 단어를 의미상의 차이를 두지 않고 사용하며, 주로 cal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본서에서도 퍼킨스와 같이 calling과 vocation에 의미상의 차이를 두지 않고, 문맥상 가독성에 유리하도록 소명 또는 부르심으로 번역했습니다. 둘째, 본서는 오늘날로 말하면 직업 소명에 대한 글입니다. 여기에서 퍼킨스는 이 직업 소명을 일반 소명과 개인 소명으로 구분하는데, 이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일반 소명이나 특별 소명과는 다른 것입니다. 현대 개혁주의 교의신학 또는 조직신학에서는 소명 또는 부르심에 대해 외적 부르심과 유효적 부르심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여기에서 외적 부르심은 하나님이 복음의 전파를 통해 사람들을 자기 백성으로 부르시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복음이 외적으로 전파되는 것을 뜻하며, 피전도인이 복음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그에게 복음이 전달되었다는 의미에서 외적 부르심이라고 하고, 이 복음의 전파가 어떤 특정 개인에게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전달된다고 하여 일반 소명이라고도 합니다. 이와는 대조되게, 유효적 부르심은 하나님이 성령을 통해 택자들을 자기 백성으로 유효하게 부르시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이 택자들 안에서 역사하심으로 부르신다고 하여, 내적 부르심이라고도 불리는 이 부르심은 그 대상이 특정되어 있어, 특별 소명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퍼킨스가 본서에서 다루는 부르심은 이런 구원과 관련된 부르심이 아니라, 그것이 유급이든 무급이든 간에, 직업과 관련된 부르심입니다. 따라서 본서에서 나오는 부르심 또는 소명이라는 용어를 구원론적 논의의 배경에서 읽으면 안 됩니다. 퍼킨스가 본서에 다루는 소명은 직업 소명을 말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에서 이미 그 대상을 기독교인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서에서 퍼킨스가 말하는 일반 소명이란 모든 기독교인이 직업 소명에 있어 일반적으로, 즉 모두가 취해야 할 신앙과 윤리를 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퍼킨스는 모든 이들은 개인 소명을 갖기에 앞서, 기독교인으로 부르심을 먼저 받아야 하고, 모든 기독교인이 직업을 갖는 데 있어 취해야 할 목적은 자기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소명이 어떤 특정 개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 일반에게 요구된다고 하여, 이를 일반 소명이라 하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본서에서 퍼킨스가 말하는 개인 또는 특별 소명이란 개개인에게 주어진 특정한 직업을 뜻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어떤 특정 직업으로의 소명을 모든 개인에게 주지 않고, 특정 개인에게 주셨으므로, 이를 개인 또는 특별 소명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퍼킨스가 본서에서 말하는 일반 소명은 기독교 직업윤리를 말하는 것이고, 특별 소명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업 소명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퍼킨스가 직업 소명에 대한 본서를 쓴 것은 400년 전의 일로, 그가 처한 사회적 상황이 우리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아직 노예 제도가 있어서 현대 사회에서의 고용주와 고용인 말고도, 주인과 종 또는 노예의 관계가 실재했습니다. 그래서 종으로서의 소명이 윤리적인 문제없이 논의되고 있는 있습니다. 또한 퍼킨스는 오늘날의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고리대금업을 소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당시가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퍼킨스가 사용하는 젠틀맨 ( gentleman ) 이란 표현은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매너 좋은 영국의 신사를 의미하기보다, 특정 직업이 없이 자신이 가진 부를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부유층 또는 귀족을 뜻하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종교개혁 시대까지, 노동은 생각 없는 짐승이 몸으로 하는 일처럼, 천히 여겨졌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즉 이성을 가진 존재로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신과 같이, 그저 사색하고 즐기고 통치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노예나 하층민은 노동을 도맡았고, 귀족은 조선 시대 선비와 같이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일을 하려 했습니다. 이런 노동관을 뒤집은 것이 바로 종교개혁의 한 성과라고 역사학자들은 말합니다. 즉, 종교개혁자들은 하나님은 사색하며 노는 분이 아니라, 창조를 하신 것처럼 일하시는 분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을 신성시했으며, 직업을 노동을 통한 이웃 사랑으로 규정하면서 직업을 부정하는 것은 이웃 사랑에 반하는 반기독교적인 사상으로서 반대했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퍼킨스는 당시 영국의 귀족을 일컫던 표현인 젠틀맨을 매우 부정적인 의미에서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이밖에 다른 예들도 더 언급할 수 있겠지만, 결국 말하려는 것은 이 번역서를 읽으며 우리 시대와 퍼킨스의 시대 사이의 간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당시 퍼킨스가 직업 소명에 대해 말하려 했던 본래의 취지가 무엇인지 크게 오해하지 않고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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