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묶인 겨울이 두 번씩이나 훌쩍 지나고 다시 봄입니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틈 없이 봉해져 마스크로 가린 입 보다 생각이 더 갑갑했습니다. 코로나19로 가까운 사람과 단절되는 안타까움은 참을 수 있었지만 그 와중에 먼 길 떠나신 어머니와 보기조차 아까운 형제를 잃어 피눈물을 쏟았습니다.
나이가 팔팔할 때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예고 없이 닥칩니다.
거기다 후천적 지체 장애자가 된지 10년도 훌쩍 넘고보니 호칭이란 것도 무게가 있는지 글마저 허리가 굽어 상큼 발랄함은 꿈에서 조차 아득해졌습니다.
꼭 두꺼운 겨울옷을 버겁게 껴입은 것처럼 몸도 마음도 아둔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거슬릴 수 없어 통과의례라며 수긍을 합니다.
킬 힐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었을 때 고개를 발랑 젖히고 세상을 눈 아래로 보던 시건방진 시절에는 글도 뻣뻣했습니다. 지금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한 가지 위안은 타인을 존중하고 앞뒤를 헤아리는 아량이 조금 생긴다는 겁니다.
문학자리 근처를 맴돈 지 어연 20여년, 그 자취로 여덟 번째 삶의 편린들을 묶기까지 남편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길잡이가 되어 주시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장애인 문화예술 선생님과 이 나라 직원들의 친절한 길 안내로 어렵게 이루 낸 결과물입니다. 그 들 한 분 한 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 고마움을 전합니다. 묵은 글 중에서 단 한 줄이나마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반듯하게 엮어 말끔한 얼굴로 세상 밖으로 내 보내 준 도서출판 코레드에 감사드립니다.
2022년. 5월 독산타워에서
이 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