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프랑스 리옹 응용예술학교(Ecole d'arts appliques de Lyon)에서 공간디자인을 배웠으며, 지금은 대구한의대학교 건축디자인학부에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바로크 미학에서 나타나는 생산적인 조형원리를 밝히고 응용하기 위한 학술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 《바로크 바로크적인》 등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르 코르뷔지에는 별로다. 우선 내 취향이 아니다. 그의 건축에서 읽혀지는 중립적인 메스감도 싫고, 물성에서 느껴지는 건조함도 그저 그렇다. 무엇보다도 그의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드러난, 세기를 초월한 유명세가 나를 지루하게 한다. 누군가는 이런 걸 ‘도끼성격’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았던 것도 유명해지면 흥미 없어지는 성격,
르 코르뷔지에가 별로라고 생각되는 이유도 결국은 이것이다. 그의 건축과 사유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정의, 그 규격화된 감탄에 나만은 동참하고 싶지 않음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적어도 이 책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나의 입장은 많이 바뀌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지루하던 관념을 호기심으로 변화시켜주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그가 흥미로워졌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한 인상적인 일면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론적으로 이것이다. 그러고 싶어서 이처럼 느끼하게 출렁거렸음을 시인한다. 그의 감수성, 정말이지 면밀한 그의 시선, 의미 없어 보일 정도로 순수하게 발동되는 호기심, 내가 흥미 없어하는 그 전형의 건축가가 아닌,20대 초반의 샤를 에두아르 자느레가 세상을 만나는 장면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가 이 여행 기록을 54년이나 지난 뒤에 책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느레와 르 코르뷔지에를 연관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가장 끌린다. 정점에 안착한 건축가로서 이 여행기록은 노화방지용 재생크림으로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터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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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는 근대를 넘어 현대 건축을 정의하는 거장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지금의 이 건조한 도시와 건축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가 구상한 ‘빛나는 도시 계획안’은 오늘의 우리가 누리는 도시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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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게 있어서, 예술가에게 있어서, 심지어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여행이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이 책은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여행 방법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충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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