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들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은 내가 평생을 바쳐 쌓아온 전문적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과의사로서 인명을 구하는 기술도 잃었고, 진료를 하면서 얻었던 세계적인 명성도 사라졌으며, 남편과 아버지로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도 없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수술실에서 중요하고 위험했던 순간들,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구결과와 학설을 발표하던 일도 먼 얘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꺼져 가는 어린 환자의 생명을 구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토록 열심히 일해 왔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것을 돌려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쓸 수 있는 한쪽 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아 볼 작정입니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아무리 큰 불행이 닥쳐도 빼앗기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