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싸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저로는 「낭만주의적 주관성의 정치적 위기: 체험에서 이념으로」(『영미시의 수정주의적 접근』, 1995), 『산업혁명과 기계문명』(공저, 199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정치·사회적 개념의 역사』가 있다.
원작은 인간 심리의 분열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도덕적 위선에 대한 반발, 그리고 당대 여론 주도층의 자기기만성 노정 등 철학적 깊이가 녹록지 않은 작품이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가 선정적 주제를 감추면서 은근히 드러내는 그렇고 그런 추리소설에 그쳤더라면 당대의 일시적 인기는 얻었을지언정 오늘날까지 꾸준히 읽히는 고전급 작품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작가가 작품 전체에서 선정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품 전체를 보면 선정적 주제에 대한 암시는 초반에 집중되어 있을 뿐, ‘댄버스 커류’ 경(卿) 살해사건부터는 텍스트의 초점이 전적으로 선과 악의 갈등이라는 형이상학적 주제, 그리고 지킬의 ‘초자연적 의학’에 내포된 윤리적·신학적 문제로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