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던 길이 낯설었다
지나가는 그 어떤 것들도
한순간 멈추지 않는 것을 깨달으며
두 번인가 세 번쯤 죽을 고비 넘기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감사했다
그 때마다 文學에게 기댈 수 있어 고마웠다
7년을 땅속에서 살다 지상에 허물 벗고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인 매미는
짧은 최후 날까지 울어대듯 내 시가
지금도 병마와 사투를 벌이거나
음지에서 힘겹게 사는 이들과
마음 가난한 어려운 이에게
단 한 구절만이라도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살아 있어 숨 쉰 흔적
부끄럽게 내놓는 발자국으로
詩와 사는 것도 삶에 덤인 것 같다
2010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