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4인 시집 『그대 살아 빛나는 정신이여』,『가 닿아야 할 확신의 바다를 향하여』를 펴냈다. 2009년 계간 『사람의 문학』신인문학상에 「식구」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0년 현재 문경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밥벌이 20년,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살아낸 그 시간들에게 그 삶을 산 주인으로 따뜻한 격려와 위안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편하게 느껴졌다. 피는 이제 식은 것이다. 낡은 노트를 뒤적여 유적을 대하듯 오래된 옛 시들을 만났다. 반갑고 서러웠다. 겨우 존재했던 것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새삼 그 시간들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이대로 두면 도리가 아닐 것 같았다. 한 때는 내 삶의 집중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 이상 정처 없지 않도록 허름한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오래된 옛 시들의 집을, 그리하여 삶이 힘겹고 벅찰 때 옛 시의 집에 가 이제는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도록. 오래된 것들은 둥근 슬픔의 힘으로 얼마나 나를 다독여주는가.
젊은 날 나는 문 이쪽의 순결로 남으려 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부패의 어떤 입구에 서 있다. 한 때는 그 문 주변을 서성였다. 그 문으로 속도처럼 빨려들어가 생을 탕진하고 싶었다. 치욕이 부러웠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 문을 들어서지 못했다. 나의 순결은 치명적이었다. 그때 타락이 구원처럼 찾아왔다.
나는 이제 치욕이 부럽지 않다. 타락은 더 이상 나를 문문히 보지 못한다.
오래된 옛 시들이 그 문을 넘어설 때 월경하는 언어의 국경은 얼마나 낯선 곳일까? 그 곳에서도 여전히 윤곽은 지워지고 있을까? 정처 없음의 노래는 아주 낮게 풀들을 섬기며 슬픔의 푸른 풀씨들을 방생할까? 나이 들어 입구에 서 있는 것이 두렵고 힘겹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애써준 안도현, 김용락,이원규 세 詩兄께 깊이 감사드린다.
2010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