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 배경과 같은 도심 외곽 개발 지구에서 살던 때, 책 속 남자아이와 처지가 같은 이를 만난 적이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들판이 아파트 밀림으로 변해 가는 걸 오롯이 지켜봐 온 목격자. 그이는 고향의 모습이 바뀔 때마다 친구들이 하나둘 고향에서 떠나가는 슬픔을 겪었다. 슬픔이 그리움을 낳은 걸까. 그이가 취미 삼아 그린다는 그림마다 시골 풍경, 그이의 고향 샛강이 흐르고 있었다. 가만히 떠올려 보니 그이의 샛강이 책 속 남자아이가 쓰레기를 주우러 간 샛강과 비슷한 것 같다. 비밀스러운 친구가 첨벙거리던,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 샛강과 닮은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들판을 잃은 경험 때문에 어린 자녀들에게 다시 들판을 찾아주려 애쓰고 있는 그이 ‘선영이’가 이 책을 읽고 위로받기를, 다시 꿈꾸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