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모르면 눈이 먼 채로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의복을 연구하고 또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의복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미래의 패션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가듯이, 의복 또한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 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의복 중에서도 겉옷 속에 가려진 속옷은 겉옷의 형태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과거든 현재든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지요. 파딩게일이나 파니에, 패티코트, 코르셋이 없었다면 과거의 거대한 치마나 날씬한 허리 모양의 멋진 옷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남성의 팬티에 앞트임이 없었다면 화장실에 갈 때마다 매우 불편했겠지요. 또한 신축성 있는 소재로 제작된 기능성 속옷들이 없었다면 결혼식장의 모든 신부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 못했을 거예요. 이처럼 속옷은 겉옷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옷이랍니다.
이 책은 크게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에서는 인류가 시작될 시기인 원시 시대의 속옷들을 알아보고, 2장에서는 속옷을 감추고 부끄러워하게 된 중세 시기를 짚어 봅니다. 3장에서는 우리 몸을 옥죄던 감옥 같은 속옷들을 살펴보고, 4장에서는 그러한 시기 이후에 나타난 편안하고 자유로운 형태의 속옷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5장에서는 세계 대전에 따라 인류가 물자 부족에 허덕이던 시대의 속옷을, 그리고 6장은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시대의 자유로운 젊은이들이 입던 속옷을, 그리고 7장에서는 완전히 패션 의상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의 속옷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속옷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예정이지요. 마지막 50번째는 우주복의 속옷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를 통해 미래의 속옷이 어떻게, 어디까지 변화할 것인지 예측해 보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답니다.
저는 의복 중에서도 속옷의 변천사를 다룬 이 책을 감수하면서, 재기발랄하면서도 참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매사에 호기심과 궁금증 많은 어린이 혹은 미래에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패션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어린이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양 의복의 역사 속에 등장했던 많은 아름다운 의상들은 그저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현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줍니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의복의 역사와 패션 디자인의 개념에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도 크리스티앙 디오르, 코코 샤넬과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조만간 등장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