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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희상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4년 10월 <예루살렘의 지붕 위에서>

김희상

성균관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교와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헤겔 이후의 계몽주의 철학을 연구했습니다. 인문학 올바로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과 독서 모임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는 주니어 철학》이 있고,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이야기》, 《마음의 법칙》, 《늙어감에 대하여》, 《사랑은 왜 아픈가》, 《봄을 찾아 떠난 남자》 등 130여 권의 책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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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바다의 철학> - 2020년 1월  더보기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이 고단한 삶을 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디에서(Woher) 어디로(Wohin)?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Wie) 살아야 마땅한가? 이 세 가지 물음, 곧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가는지 묻는 태도를 우리는 철학이라 부른다. 어렵고 골치 아프며 배배 꼬인 말장난으로 오해받기 일쑤인 철학은 그 출발만큼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우리 인간의 출신을 궁금해 하는 물음은 죽어 어디로 갈지 묻는 물음과 더불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인간은 생각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이 물음을 품어왔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이 물음에 답을 주려한 다양한 시도들을 안다. 플라톤은 우리 인간의 탄생을 두고 레테강을 이야기한다. 본래 인간의 영혼은 완전한 지식을 자랑했으나 망각의 강물을 마시고 모든 것을 잊어버린 탓에 무지로 고통 받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의미심장하고도 애매한 이야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로마신화는 인간의 탄생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근심의 신 ‘쿠라’(Cura)는 근심을 잊고자 강물로 진흙을 빚어 생명체를 만든다. 쿠라는 이 진흙덩어리에게 정신을 불어넣어달라고 주피터에게 애원한다. 완성된 생명체에 이름을 붙이려는 쿠라를 보며 주피터는 정신을 불어넣어준 자신의 이름을 붙여주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흙이 무슨 소리냐며 이 생명체는 어디까지나 재료를 제공한 자기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한다. 시비가 그치지 않자 농업의 신 사투르누스가 심판을 맡는다. 그의 판결은 간단명료했다. 이 새 존재가 죽으면 주피터는 정신을 되돌려 받아라. 흙은 재료를 되찾아 가라. 그리고 이 생명체를 빚은 진짜 주인은 쿠라이므로 이 존재는 살아 있는 내내 ‘근심’의 차지가 될지라. 이 짤막한 신화가 담은 함의를 괴테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내가 일단 차지한 사람은 / 만사가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 …… / 그는 풍성한 가운데 굶으리라 / 기쁨이든 괴로움이든 / 다른 날로 미루며 / 오로지 미래를 염려하며 / 절대 근심을 멈추지 못하리라.”(??파우스트 2부Faust Ⅱ??, 마지막 막에서.) 하루도 근심 잦을 날이 없는 우리네 인생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이야기인즉 우리는 물과 흙으로 빚어진 존재이며 이런 재료의 허망함 탓에 근심을 멈출 수 없다는, 아주 그럴싸한 비유다. 그러나 철학은 이런 다채로운 함의를 다룬 그럴듯한 비유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 우리가 근심에서 놓여날 수 없는 존재라고? 근심을 만들어내는 뿌리는 뭐야? 어떻게 하면 이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철학은 말한다. 어디서 왔으며, 죽어 무슨 심판을 받고 어디로 갈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살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인지 하는 물음의 답일 뿐이다. 그러나 레테 강물을 마신 우리는 이 답을 잊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리스 신화는 또 다른 물을 상기시켜준다. 잊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게 해주는 강의 이름은 ‘므네모시네’(Mnemosyne: 라틴어 memoria)이다. 레테의 저주로 기억을 잃었으되, 밝히 생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은 므네모시네의 축복을 누린다. 물론 이 역시 애매한 이야기다. 이런 신화에 만족하지 않고 철학은 기억의 상실과 회복을 함께 묶는 물의 포용성에 주목한다. 대립하지만 하나인 것,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같은 것, 다시 말해 근심으로 얼룩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풀어줄 하나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쯤에서 다시금 사람들은 물으리라. 그거 봐, 복잡한 게 철학이잖아? 또다시 이야기가 꼬이는데……. 그러나 문제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이를 다룰 차원도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눈앞의 이익에만 벌게진 나머지 근심의 포로로 남는 한, 이런 높은 차원은 찾아질 수 없다. 나무만 보지 않고 숲 전체를 굽어보려 노력할 때 이해가 충돌하는 갈등을 풀 열쇠가 주어지지 않을까? 전체를 굽어보려는 ‘메타 인지’의 훈련으로 ??바다의 철학??만큼 좋은 책은 따로 없다. 나는 ‘철학함’의 생생함을 이처럼 손에 잡힐 듯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 숄츠에게 경탄했다. 철학사라는 거대한 바다를 구석구석 안내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길라잡이를 제시하는 그의 안목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철학함’의 고민이 만져질 것만 같은 현장성과, 기왕의 철학 성과를 오늘이라는 관점에서 하나로 묶으려는 열정이 이런 좋은 책을 써낸 원동력이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알 수 없는 것은 침묵하자던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철저히 따져 묻자. 칸트는 말했다. 누가 너의 뺨을 때리면 싫은 것처럼, 너도 남의 뺨을 때리지 말라! 이 말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신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우리 인생의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말인즉, 네가 신이 되는 삶을 살아라! 눈앞의 이해관계로 남의 등에 칼을 꽂는 인생은 살지 말자. 현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생각의 차원을 높이 끌어올리면 모두가 만족하는 삶의 길이 열린다. 기억하자, 모든 것을 품고도 한결같은 푸름과 고요함을 자랑하는 저 거대한 바다는 우리가 어리석음에 빠질 때마다 격노와 격랑으로 일깨워왔다! 이 책은 그 생생한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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