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책방에서건, 친구네서건, 쓰레기통에서건, 우연히 어떤 당신의 눈이 내 글에 닿아, 내 글이 어떤 당신의 눈을 통해, 어떤 당신 머리로, 가슴으로, 스며들어, 머리를 뒤흔들어 눈물을 머금게 하거나, 가슴이 뭉클해지게 하거나, 그런 것을 위해 쓴다. 온갖 잡서들이 사통을 하거나, 장난을 하거나, 협잡을 하거나, 인구에 회자되거나, 서점에서 날개를 달거나,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어디서건 인연의 법칙에 따라, 어떤 당신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어 책을 매개체로 하나의 머리를, 눈을, 가슴을 공유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 길이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그런 것은 나하고는 무관하다. 내가 만약 돈을 벌고 싶었다면 정치꾼이 되거나, 장사꾼이 되거나, 협잡꾼이 되거나, 사기꾼이 되었을 거다. 그것들처럼 돈을 확실하게 챙기는 직업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어떤 당신은 나보고 돈을 벌라고, 문명을 날리라고 요구하지 마라. 내가 가는 길은 이미 그 길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 역시 정치꾼이거나, 장사꾼이거나, 협잡꾼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이다. 글이라는 오염되어서는 안 되는 지순한 인류 정신의 집합체를 이용한 정치이거나, 장사이거나, 협잡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