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에서 드러나는 디킨스의 생각은, 대상의 총체적 연결이나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에 적대적이게 마련인 이런 식의 계산법으로는—그것이 그 나름의 관찰과 계산에 근거해 각 부분체계의 합리성을 아무리 달성한다 해도—실질적인 행복과 진정한 합리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산술과 추상의 정신에 기초한 그래드그라인드의 원칙은 크게 보아 근대적 산업기술과 자본제 생산양식의 핵심원리에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개혁이 이루어진 지금에까지 그래드그라인드와 같은 이들이 겉모습만 달리한 채 여전히 번창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난롯불이나 코크타운의 굴뚝을 보며 인생에 대한 공허감과 허전함을 곱씹는 루이자의 모습은, 어찌 생각하면 그래드그라인드의 세계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는 현대인의 모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