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후에 두세 번 유럽으로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어느 마을을 걸어도, 어느 상점에 들어가도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본다는 해방감을 음미하며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본래 내 모습이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언제까지고 도망만 다닐 수는 없으니 본래 내 모습을 제대로 보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불필요한 오해나 비효율적인 설명을 적극적으로 줄여 나가는 데 유효한 수단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내 이야기를 직접 써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