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게 된 것은 10년 전에 만난 진도의 남도석성 때문입니다. 당시 남도석성은 바닷가에 많이 무너진 모습으로 서 있었지요. 남도석성은 삼별초군들이 여몽연합군에게 진압당한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상상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무너진 오랜 성벽에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느낌이 오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침체된 기분으로 성 밖에 서 있었습니다. 그 침체된 기분에는 내가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다는 깨달음도 들어있었지요.
그 뒤로 조금씩 역사책을 끌어당겨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전국의 성들을 돌아다 볼 계획을 세웠고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작년과 올봄에 걸쳐 주로 중남부에 있는 22개의 성을 돌아다본 기록입니다. 우리나라의 옛성을 찾아다니는 저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좀더 많은 곳을 돌아다녀볼 계획입니다.
제가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역사학의 전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단지 잘 몰랐던 옛성을 먼저 찾아가본 사람으로서 찾아가는 길의 길라잡이를 해 보고자 해서 만든 책입니다. 아울러 옛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많이 실었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 문화유산들 가운데 아직은 관심이 많이 닿지 않고 있는 옛성에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들을 가지고, 또 찾아가 보기도 하면서 옛성을 잘 보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2004년 7월 23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