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번역가가 되기 위해 20대부터 꿈을 키웠으며,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를 번역하면서 꿈을 이루었고, 이후로도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4년 동안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열린책들’에서 나왔을 때는 일본대학 입학 때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기분이 들었다. 이후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죽을힘을 다해 투잡, 쓰리잡을 했지만, 문학에 대한 갈망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지타니 오사무의 『배를 타라』 3권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근무 틈틈이 번역하면서 ‘꼭 등단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최근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번역가에서 에세이스트로의 변화를 꿈꾸며 네 편의 에세이를 집필했다.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한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주의산만증ADHD인 조카손자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20대 유학시절에 만난 인연과 문학을 향한 분투를 담은 『동경인연』을 출간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직접 재가 요양보호를 담당한 이야기를『돌봄의 온도』(헤르츠나인, 2023)로 정리했다.
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좋은책만들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작가정신),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갤리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배를 타라』(북폴리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마르코폴로) 등이 있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다 가진 것처럼 행동했던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할 때가 왔나 보다. 어제저녁 슬리퍼를 끌고 저녁 뉴스를 보기 위해 모여 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그들과 나의 삶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교대 근무를 하면서 그녀들의 기저귀를 갈고 침대 시트를 갈고 대소변 체크 일지에 시간별 메모를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