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북한 전문가.
저자 서동익은 1948년 경북 안강(安康)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성장기를 보내다 1968년 해군에 지원 입대하여 7년간 현역으로 복무했다. 만기 전 역 후, 6.25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후 남북 관계와 북한 동포들의 삶을 연구해오다 1997년 국가정보대학원을 수료했다.
1976년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 등단 후 남북분단으로 인한 <한국현대소설문학의 공간적 반쪽현상>과 <왜소성>을 발견, 나름대로 이를 극복하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다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용어 속의 정치용어, 경제용어, 은어 등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직장을 대북전문기관인 자유의 소리방송(전문집필위원), 통일부(학술용역), 국방일보(객원논설위원), 인천남동신보(주간 겸 논설위원), 사)북방문제연구소(부소장 겸 연구이사) 등에서 근무하며 30년 넘게 북한을 연구하며 소설을 써온 북한전문가 겸 현역작가.
주요 북한연구 저서로는 《북에서 사는 모습(북한연구소, 1987)》, 《인민이 사는 모습 1, 2권(자료원, 1996)》,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사회주의헌법 문장 연구(사단법인 북방문제연구소, 2007)》,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조선로동당 규약 문장 연구(사단법인 북방문제연구소, 2007)》 외 다수 논문이 있다.
문학창작집으로는 서동익 소설집 《갱(坑, 자료원, 1996)》, 장편소설집 《하늘 강냉이 1∼2권(자료원, 2000)》, 《청해당의 아침(자료원, 2001)》, 《퇴함 1∼2권(메세나, 2003)》, 《장군의 여자 1∼2권(메세나, 2010)》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해당의 아침》이 1960년대 한국의 문화원형과 전후 세대의 삶을 밀도 있게 묘 사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2010년 6월 1일부터 한 달간 KBS 라디오 드라 마극장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는 KBS AM 972khz로, 국외는 KBS 한민족방송망을 타고 중국 동북3성 〮 러시아 연해주 〮 사할린 〮 일본 〮 미국 등지로 방송된 바 있다.
지난 1976년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한 후 14년간 국내 문예지에 발표했던 중 · 단편소설 7편을 간추려 1996년에 첫 소설집 《갱(坑)》을 묶었다.
물론 첫 소설집을 묶기 전에, 북한연구신서 《북에서 사는 모습(북한연구소, 1987)》과 《인민이 사는 모습(자료원, 1994)》 1∼2권, 장편소설 《퇴함(자료원, 1995년)》 1∼2권을 먼저 펴내느라 문예지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간추려 소설집을 묶을 여유도 없었지만, 사실은 원고료가 들어오는 신문사나 잡지사의 청탁원고, 그리고 내가 몸담았던 직장에서 매일매일 기계적으로 써내야 했던 방송 논설과 신문사 특집 기사 따위에 밀려 소설집 묶는 일은 매양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살아오는 사이에 많은 세월이 흘렀다. 첫 소설집은 그나마 등단 14년 만에 묶었는데, 이번에 펴내는 두 번째 소설집은 첫 소설집을 펴낸 뒤 34년 동안 문예지에 발표했던 중 · 단편소설과 미발표 신작 한 편을 보태 총 8편으로 소설집을 묶어야 할 형편이라 나름으로는 꼭 코로나-19에 걸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간 초등학교 동기생들처럼 죽을 준비를 하는 작가의 소설집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극심한 정신적 갈증에 휩싸이기도 했다.
두 번째 소설집을 묶을 시기를 너무 미뤄버렸다는 게 가슴 아팠다. 여기저기 내갈기듯 발표만 해놓고, 그 글을 쓴 작가가 챙기지 않으면 꽁트, 단편소설들은 거진 유실되기 일쑤다. 물론 발표한 매체가 종간이나 폐간되지 않고 건재하면 괜찮겠지만 처음 창간할 때는 천년만년 장구할 것 같은 문예지나 그 외 매체들도 변화무상한 세월 앞에서는 일엽편주에 불과할 뿐이다.
거기다 200자 원고지에 글을 쓰다 컴퓨터 시대로 넘어오면서 외부 바이러스 감염이나 범죄형 해커들이 의도적으로 침입해 컴퓨터 내부 주요 자료들을 암호화해놓고 그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주겠다면서 고액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국제범죄집단의 농간에 나는 두 번 당했다. 그통에 완성해 놓은 장편 한 편과 여러 편의 소설들을 저 아득한 옛날, 계백 장군이 황산벌전투를 앞두고 자기 부인과 자식들을 적군의 칼에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기 칼로 죽여주고 전장으로 달려가듯 나는 랜섬웨어 국제범죄집단이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의 흥정 금액을 제시했을 때 내가 3년 걸려 완성한 장편 1편과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꽁트, 칼럼, 단편소설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내 손으로 죽이듯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만 했다.
사회적 대외활동을 거의 끊다시피하며 출판사 사무실 한쪽 집필실에 틀어박혀 3년간 매달린 장편 한 편과 그 바쁜 와중에도 원고 청탁을 해주신 분들의 호의를 저버릴 수 없어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보내며 완성한 단편소설들,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한글 파일 자료들이 영원히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글을 쓴 작가의 입장에서는 5천만 원이 아니라 1억 원을 주더라도 내가 생산한 글들은 꼭 찾아오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나는 전 생애를 통해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만져 본 일이 딱 한 번뿐일 만큼 그들이 요구한 금액은 나에게는 천문학전인 숫자였다. 그 통에 두 번째 소설집은 더 늦어져 버렸는데 그동안 격은 그런 아픔들을 그 누구에게 다 하소연하랴. 그나마 학산문학에 발표한 작품들은 유실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번에 작품을 찾아내어 간추리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작품을 다 찾아내 놓고 보니 30년이 넘은 작품도 있어 가슴이 아팠다.
요사이는 옛날식 장편소설보다 경장편이 대세고, 소설집을 손가방이나 백팩에 넣어다니며 짬짬이 꺼내보기 편하게, 판형도 엄청 줄어들었는데 마치 시대를 저버린 사람 모양 오래전에 발표한 작품들로 소설집을 묶는다는 게 요사이 젊은 독자들께 참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물간 생선을 파는 생선가게 아저씨처럼 뻔뻔스런 느낌도 들고…….
그렇지만 서점가 한 코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큰글씨 책들처럼,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는 올드보이 세대들은 그들이 살아온 전성시대를 그려보며 30년 아니라 100년 전의 내용들로 구성된 책들도 즐겨 읽는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 우리나라 신소설 시대를 연 작품 20편을 현대어로 편역하면서 터득한 터라 용기를 내어본다.
아무쪼록 눈에 거슬리고, 신선감이 떨어지더라도 너그러운 눈길로 일별해 달라고 부탁드리며, 졸작이나마 이 글을 해군방송선 피랍 사건 유가족들에게 바친다.
2022년 8월 10일
인천광역시 함봉산 기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