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닷컴, 로망띠끄 등에서 활동 중이다. 출간작으로 <인도의 별>, <아사셀>, <너의 꿈을 줍다>, <대지의 노래>, <폭렬청춘>, <헤센 공작家의 매 맞는 아이>, <겨울에서 만나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http://rodem.na.mu)와 카페 (http://cafe.naver.com/ccromance)에 상주 중.
각기 다른 분야에서 ‘살로메’라는 별칭을 얻은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명은 유명한 무용가 아힘 그로스이고, 또 한 명은 가난한 음유시인 이무연입니다. ‘살로메’는 상징적인 이미지일 뿐이지만 아힘에게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무연은 살로메가 아닌 ‘요한’에 가깝습니다. 타락한 시대를 비판하며 구세주의 출현을 예고하는 광야의 선지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무연의 모습에 아힘은 혼란과 동시에 격렬한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살로메가 요한을 사랑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진행시켰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살로메가 요한을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저 헤로디아의 딸이며 춤으로 의붓아버지를 유혹해 선지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잔인한 여자일 뿐이지요. 그런 여자가 과연 요한을 사랑했을까요. 물론 오스카 와일드의 상상력은 꽤 설득력 있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살로메 유모의 이야기’에서 나온 살로메 역시 그럴 듯하게 보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 비추어 본다면, 질투로 인해 무연을 파멸로 몰아간 아힘의 심정은 요한을 ‘죽여서라도 소유하고 싶었던’ 살로메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힘이 살로메와 달랐던 점은 사랑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지 않았다는 것과 자기반성을 할 줄 알았다는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스탕달의 유명한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이 단순하고도 명료한 진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2009년 10월. 게르 문정(文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