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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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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독선과 아집의 역사>

조민

1955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동아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일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석좌 연구위원으로 통일 문제를 연구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평화통일의 이상과 현실』(백산서당, 2004),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전망』(해남, 2007), 공저 『민주화 및 양질의 거버넌스 수립: 북한 변화와 통일을 위한 시사점』(통일연구원, 2013), 공저 경실련통일협회 편 『통일 논의의 쟁점과 통일운동의 과제』(선인, 2015), 공저 『21세기 공화주의』(인간사랑, 2019)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고종의 도당정치: 왕권 유지를 위한 독주」(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동양정치사상사』 제2권 1호(2003.3), 「국가비전과 통일정책」(『저스티스』 통권 제134-2호(한국법학원, 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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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독선과 아집의 역사> - 2019년 9월  더보기

3천 년을 꿰뚫어 오늘을 보게 하는 책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지배와 피지배를 둘러싼 인간관계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변화한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공자는 정치를 ‘바르게 하는 일’(政者正也)로 규정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Politics)를 ‘폴리스(Polis)에 관한 일’ 즉, 공동체의 일로 여겼다. 플라톤은 철인군주론(Philosopher-King)을 제창했다. 그는 통치자 스스로 철학자이든지, 그렇잖으면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어야만 국가가 올바르게 운영되고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3천여 년 동안 정치의 본령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인간이 인공지능(AI)을 창조한 엄청난 과학?기술혁명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에서만큼은 동서양 고전의 메시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정치에서 끊임없이 ‘역사의 반추’가 요청되는 까닭이다.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통치자 또는 통치 그룹의 판단과 선택은 국가와 국민의 삶과 운명을 좌우한다.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할수록 정치 리더의 생각과 역량 여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역사 현실에서 지혜로운 통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통치자의 실패가 국가의 실패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교훈이야말로 국가 운영의 방향과 정치적 성공을 이끄는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위인 통치는 왜 종종 실패하고 마는가? 국정 실패는 통치자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의 소산이다. 저자 바바라 터크먼은 이 책을 통해 3천 년 동안 이어진 우매한 정치 권력자들 즉, ‘바보들의 행진’(The March of Folly)을 다룬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여망에 반하여 스스로 자멸을 초래한 어리석은 통치자들을 크게 네 부류로 밝히고 있다. 첫째 사례, 트로이 목마는 아둔함의 원형이자 무지와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신과 인간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트로이전쟁은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로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파멸을 자초하고 말았다. 둘째 사례, 르네상스시대의 교황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했다. 황혼이 깃든 중세, 밝아오는 근대의 여명 앞에서 개혁을 거부하고 쾌락과 타락의 권력을 휘둘렀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재촉했다. 셋째 사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18세기에 광대한 신대륙 식민지 미국을 잃었다. 대영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식민지 신민들이 일으킨 미국독립전쟁은 영국 의회의 어리석은 독선의 산물이었다(원서 제3장 ‘미국을 잃어버린 대영제국의 독선’ 부분은 초판 번역본에는 실렸지만, 이번 개정판 번역본에는 빠졌다). 넷째 사례, 베트남전쟁은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고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처절한 패배는 세 대통령 케네디, 존슨, 그리고 닉슨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은 케네디의 판단 착오에서 싹텄고, 전쟁의 광기에 휩싸인 존슨, 여기에다 닉슨과 그의 참모들은 아집과 독선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베트남전쟁이야말로 미국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 그룹의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인 셈이다. 터크먼은 베트남전쟁을 ‘바보들의 행진’의 집단 모델로 부각시켰다. 17세기의 스웨덴 정치가 옥센셰르나 백작은 죽으면서 이렇게 유언을 남겼다. “아들아. 이 세상을 얼마나 하찮은 자들이 다스리는지 똑똑히 알아두거라.” 정권의 핵심에서 평생을 보낸 노정치가의 뼈아픈 정치비평이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다를까? 어쩌면 지금 민주주의 시대에 세계 도처에서 얼마나 많은 하찮은 인간들이 국정을 좌우하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지 모른다. 현대의 문명사회에서 1인 군주정 또는 독재체제는 통치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 지난 20세기 후반 제3 세계가 민주화 물결에 휩싸이면서, 민주주의는 인류 사회에서 더 이상 거역할 수 없는 명제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보라! 21세기 초반 민주주의는 글로벌 차원에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군부의 총구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투표함 앞에서 무너진다.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선거민주주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앞에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이념적 좌파와 우파 할 것 없이 포퓰리즘이 정치를 혼돈상태에 빠뜨리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한층 위태롭게 만든다. 터크먼은 통치자 레벨 즉, 정치 엘리트층의 독선과 아집의 역사를 밝히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정치적 위기는 통치자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정치 리더에 대한 대중의 영합과 공모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말하자면 대중적 차원의 집단적 어리석음과 상호 증오감 등이 정치 엘리트층의 독선과 아집을 부추기기도 한다. 시대착오적인 이념 편향성, 선악의 이분법적 가치 판단, 그릇된 신념과 편집성, 탐욕 등의 도착(倒錯)된 행위는 정치 엘리트층에서나 대중적 차원에서나 모두 독선과 아집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정치 영역과 국정 운영에서 공화주의의 규범과 실천의 문제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시민적 덕성(civil virtue)’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역사에서 배울 때이다. 역사에서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겸허한 자세만 갖춘다면 파국을 피하고 충분히 ‘기회의 창’을 열어갈 수 있다. 터크먼의 이 책이 실정(失政)의 분석과 해명을 통해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바로잡는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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