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초설 조정제
그는 외롭다
외로워서 사람이 그립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든 것으로 상대를 대하니
상처 또한 깊다
상처가 깊어지면 바닷가 둥지로 파고든다
파도에 씻겨 아물 때까지 스스로를 가둔다
그러다 딱지가 생길 때면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그 남자..늘 그렇게 살아왔다
멀찍이 바라보는 나에게 세상을 향한 그의 사랑은 언제나 미숙하고 불안했다
그에게 세상은 온기와 한기가 뒤섞여 있었으니,
그럴 때마다 그의 곁에는 엄마가 있었다
호흡처럼 엄마는 그를 살게 했다
엄마의 가장 가슴아픔은 언제나 그였지만
야윈 병상에서마저 그는 엄마에게 기대고 위로 받았다
두 번, 나는 그를 따라 아픈 엄마가 누워있는 병원에 간적이 있다
엄마를 바라보던 그의 큰 눈에 고인 눈물과
안쓰러운 마음에 엄마를 쓰다듬던 그 두 손등을 잊을 수 없다
엄마에 대한 그 남자의 사랑은 친밀했으며 길었고
모든 사랑의 처음이었으며 마지막이었다
그런 그의 절대적 존재, 그 남자의 엄마가 몇 달 전에
그를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는 바닷가 둥지에서 여러 날을 울었고
또 여러 날, 별을 보지 않고 살았다
자주 휘청거리며 고꾸라져 숨죽이곤 했다
그런 그가 어젯밤 꿈에 엄마를 만났는지
다시 기지개를 켠다
어쩌면
‘정제야, 끼니 거르지 말그라’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남자.. 오늘 밤에도 엄마의 젖무덤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