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불 꺼진 중환자실 한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은 그가 보인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다만 고개를 떨구고 그가 숨을 멈출 때까지 그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그 어둠이, 나는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 한다. 내가 그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기다렸다는 것을. 그 기다림이, 그 어둠이, 나를 지금껏 살려내고 있는 것임을. 이 참혹하고 그 어떤 동정심도 없는 세상 속에서 더이상 시인이란 나에게 없었다. 그러므로 세상에 시란 존재하지 않는 어떤 불가능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를 쓰는 것은 오직 강해지기 위해서였다. 그 기다림을, 그 어둠을, 나는 차마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첫 시집을, 그에게 바친다.
2011년, 제국에서 한 철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