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오빠생각』 『미제레레』 『아무는 밤』 『Mazeppa』 등이 있다. 김구용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딩아돌하우수작품상, 신동문문학상을 수상했다.
더디게 말의 관절을 맞춰왔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차라리 사람이 아닌 것이 되고 싶었던 시절의 흔적들입니다.
*
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담배를 덜 피웠을 것이고 술도 덜 마셨을 것이고 돈은 조금 더 많이 벌었을 겁니다.
*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새롭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첫 시집을 내며 허허롭다는 감정을 배웠습니다.
*
읽고 쓰면서 인생을 버려가는 법만 배울까 두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마저 즐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
시인으로서의 이름을 지어준 나의 연인과
몇 명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
좋은 시인이 되는 것은 좋은 아들이 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기에,
늙어가는 부모님께, 죄송한 시집입니다.
*
201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