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게 말의 관절을 맞춰왔습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차라리 사람이 아닌 것이 되고 싶었던 시절의 흔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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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담배를 덜 피웠을 것이고 술도 덜 마셨을 것이고 돈은 조금 더 많이 벌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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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새롭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첫 시집을 내며 허허롭다는 감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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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면서 인생을 버려가는 법만 배울까 두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마저 즐거웠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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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서의 이름을 지어준 나의 연인과
몇 명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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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인이 되는 것은 좋은 아들이 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기에,
늙어가는 부모님께, 죄송한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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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