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IT 전문 매거진에서 국내외 IT 트렌드를 취재하면서 IT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케이블 방송국에서는 교육,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했으며, 현재 중앙경제지에서 국제 분야 기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를 찾아가는 344가지 질문들』(에이콘출판, 2017) 등이 있다.
질문의 소중함에 대하여
1인 가구 500만 명 시대를 맞아 ‘혼밥족’과 ‘혼술족’이 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혼밥) 혼자 술을 마시면서(혼술) 자기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스테판 부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가장 솔직하게 답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강조하는 것도 다 의미가 있을 터다. 이 책은 이렇다 할 목차도 없이 그저 ‘시작해보자’라는 한 마디로 시작된다. 오직 질문에만 집중하자는 뜻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질문들로 차고 넘친다. 대단한 기술은 필요 없다. 지쳐 있거나 일에 진전이 없을 때조차 생각 없이 화살표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오롯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빠질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 40여 명이 제시하는 질문들이 상당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선배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듯이, 창의성으로는 뒤지지 않는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가상 대화를 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질문을 던지는 크리에이터를 잘 몰라도 상관 없다. 지면으로나마 무심한 듯 툭 서로의 창의성에 영향을 주고 받으면 그만이다.
업무와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을 통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입장까지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듯한 통찰력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고도로 설계된 심리 치료 서적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북을 연상케 하는 지면의 다양한 색깔도 눈에 띈다. 내용과 디자인에 신경 썼다는 저자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문을 국문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폰트 조절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었으나 불편함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여백에 ‘답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할 때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질문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마법에 걸린 탓이다. 오직 질문에만 집중해 달라는 저자의 의도가 불러온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었다.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스스로에 대해 파헤쳐보길 바란다. 이 책과 펜을 꺼낼 여유만 있다면 어느 장소라도 상관 없다. 이 책을 계기로 그간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혼답족’이 늘어났으면 하고 바라 본다. 그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