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시간, 시와 함께 하지 못했다.
미이라가 된 시를 다시 풀고 온기를 불어넣기까지 행복하고도 쓸쓸했다.
세상에 나와 가장 닮은 소리를 내고 내 안을 열어 소통할 수 있는 네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
소통이 차단된 세계에서 짓누르던 먹먹함들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 습작시를 풀어 세상으로 흘려보낸 적 있다.
강산이 여러 번 변한 시점에 다시 품어보는 시는 필연을 거부한 오랜 애인을 다시 만난 거나 다름없다.
내게 호흡과도 같은 시를 세상을 통한 체험과 서정으로 가급적이면 독립된 시각으로 빚어내길 노력해 본다.
여기 수록된 시는 허공에 사다리를 걸어 놓고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발견들이다.
시가 되지 못한 날보다 시가 되어준 모든 날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용기를 준 고마운 분들이 계시다.
한 편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사유의 진정성을 일깨워준 시인 박윤규 선생님과 조향순 선생님, 그리고 계간웹북의 이용환 발행인님,
그 외에도 잔잔한 힘이 되어준 문우님들과 화암출판사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