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학의 정점,
시가 말하지 않은 성은 은닉
시에 성(性)을 담다.
벚꽃나래
소녀는 줄곧 환희에 차 있었다. 휘날리는 밤의 벚꽃 보며….
달빛이 벚꽃에 투영되어 맑고 찬 기운이 느껴졌다. 봄바람은 혼자 맞아도 괜찮아. 가을바람은 벗들과 무리지어 다 같이 맞아도 외롭지. 어느새 쌓인 눈처럼 땅에 벚꽃잎이 수북하다.
눈밭 위를 걷는 것과는 다르게 벚꽃잎을 밟을 때면 아스라한 슬픔이 느껴진다.
소녀는 벚꽃잎 하나를 주웠다. 약지손가락 손톱과 딱하니 맞다.
어느 누가 흘렸을꼬! 닭똥 같은 눈물….
벚꽃 휘날리는 밤이면 가을에나 불법한 스산한 바람이 분다.
세상의 모든 꽃. 왜 꽃이 질 땐, 피어날 때만큼 아름답지 않을까!
황혼에 물든 태양, 다 이룬 꿈처럼……
아마 꽃은 마지막이라 그럴 거야.
동트는 해처럼 꽃도 다시 피면 좋겠어.
진분홍 떠오르는 꽃잎 보며 인사 건넬 수 있게….
도시의 아스팔트에 때 묻히긴 싫다. 바람에 벚꽃잎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처럼 흩어졌다. 피날레에 접어든 벚꽃과 가장 좋은 작별은 무얼까! 소녀는 벚꽃잎을 먹었다. 도시의 기운이 그새 그 작은 꽃잎에 스며들어 쌉싸래 싸늘하다. 꽃잎은 돌이라 눈처럼 뭉쳐지지 않는다. 이제 발밑에 흐드러진 꽃잎들이 성가시게 군다. 기다렸다는 듯이 야광색 윗옷을 번쩍거리며 거리의 청소부가 하나둘 나타난다. 휘날리는 벚꽃 맞으며 환희에 찬 기억은 이내 사라지고 소녀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왜, 꽃의 쾌락은 순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