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비익조의 시학이라 지었다. 비익조(比翼鳥)란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의 새이다. 한 때 문학이 절망의 날개짓이라고 생각했다. 벼랑 끝에서의 추락이나 생(生)이라는 그물 속에서의 헛된 발버둥이라고 여기며 매순간 좌절했다. 출구도 입구도 없는 수렁이나 늪에서의 허우적거림. 절망이나 파국 앞에서의 울음이나 괴성과도 같은 몸부림의 처절한 언어를 문학이라고 여겼다. 반면 또 어느 한 때에는 문학이야말로 희망의 날개짓이라고 생각했다. 가능한 높게 이상과 꿈을 쫓아가는 동경의 부푼 황홀, 그 희망과 긍정의 요란한 박동과 날개짓을 꿈꿨다. 이제 절망도 희망도 어느 하나의 날개로는 날 수 없는 새의 운명을 절감한다. 기쁨과 슬픔의 카타르시스가 비상하는 언어의 활로 속에서 온몸과 정신을 휘감는다. 문학의 길, 삶의 길은 비극과 희극, 절망과 희망, 생과 사, 미와 추, 선과 악, 만남과 이별, 형식과 내용이라는 존재 양식 하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쪽의 날개와 한 방향의 에너지만으로는 날 수 없는 반쪽의 그것임을 알겠다.
절망이면서 희망이며, 칼이며 방패인 양날의 노(櫓)를 힘껏 쥐고 세차게 내어젓는다. 다시 펜을 든다. 흰 종이의 바다이거나 푸른 종이의 하늘이거나 글의 길을 내며, 그렇게 꿋꿋하고 묵묵하게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헤쳐 나갈 것이다. 충분히 두려움에 떨며, 울며, 굶주리며, 슬퍼할지라도. 폭풍우 속을 뚫고 날아가는 비익조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 눈이 또한 나를 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눈을 갈망한다. 생의 비행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