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세이지에 대한 책은 여럿 나와 있지만, 유년기와 뉴욕대 영화학과 시절부터 최근작 [셔터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전 이력은 물론이요 오랜 숙원인 [침묵]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고뇌와 강박, 그리고 촬영, 편집, 연기 등 영화연출 각 분야의 노하우까지 망라하는 리처드 시켈의 이 인터뷰집은 그 중에서도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영화서적을 통틀어서도 트뤼포의 히치콕 인터뷰집에 비견되는 업적이다. 저자 본인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시켈은 영화평론가일 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의 전기를 쓰고 다큐멘터리를 만든 영화사가이기도 하다. 숱한 영화인들을 인터뷰해 오며 축적된 스킬이 이 책에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책장을 덮고 나서 마틴 스코세이지라는 한 영화감독이자 인간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는 묘한 느낌을 맛보고서, 바로 이것이 시켈이 목적한 바가 아니었을지 생각했다.